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오피스 빌런’은 사무실(Office)과 악당(Villan)을 합친 신조어다. 사내 질서를 해치고 동료의 권리를 침해하는 문제직원을 뜻한다. 상습적으로 괴롭힘을 가하거나 성희롱, 허위·과장 신고를 남발한다. 기업 인사·노무 담당자들은 ‘오피스빌런’에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이 깊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노동팀장(변호사·사법연수원 28기)는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율촌 사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한 인터뷰에서 “기업이 오피스 빌런에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똑똑하고 당당하게’를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기업의 노동 분야와 내부조사 분야 자문에 주로 응한다. 노동 분야는 구체적으로 인수합병(M&A)과 구조조정 과정상 근로기준법, 해고, 퇴사협상 등이 있고, 내부조사 분야에서는 횡령, 배임, 성희롱, 괴롭힘 등 비위행위 조사와 징계 등이 있다.
조 변호사가 말한 ‘똑똑’은 증거에 근거한 이성적인 대응을 의미한다. ‘당당’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공정함을 뜻한다.
조 변호사는 “성희롱이나 허위·과장 신고의 경우 양쪽의 진술이 다르다. 양쪽의 진술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을 때 고도의 개연성이 입증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피해자 편만 들어 신고 사례에 전부 징계를 내린다고 생각하면 좋은 기업, 대단한 기업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사실 이것은 가장 쉽고 단편적인 대응이다”고 했다.
또 “괴롭힘에 대한 판단과 실행에는 리스크와 부담이 따른다”며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공정하게 판단받고 잘못한 만큼만 불이익을 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오피스 빌런’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늘고 있는 배경으로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을 시행한 이후 권리의식이 커지고 이전보다 기업 문화가 중요해진 점을 꼽았다.
조 변호사는 “직장내 괴롭힘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면서 기업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이에 따라 개인의 권리 의식은 높아졌고 피해자의 문제제기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마다 신고 빈도가 많아지는데 각 사건의 양상은 복잡해졌고 그로 인한 파장이 커진다”며 “기업은 비지니스를 하는 조직인데 준 사법기구의 역할을 맡게 돼 기업 인사·노무 담당자들의 고민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이 로펌에 자문을 구하는 오피스 빌런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괴롭힘이다. 가해자는 주로 고위 임원이다. 오랜 기간 후배 직원에 막말이나 따돌림으로 정신적 고통을 주는 경우가 많다. 조 변호사는 “문제는 가해자들의 다수가 반성이 없다는 점”이라며 “기업이 사내질서와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조치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자문 요청이 늘어나는 유형은 허위·과장 신고를 남발하는 오피스 빌런이다. 예를 들어 ‘사무실에 있는 사람 중에 나에게만 밥 먹으러 가자고 말을 하지 않았다’며 따돌림으로 신고하거나,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동료를 괴롭힘·성희롱 가해자로 신고하는 경우 등이다. 조 변호사는 “아일랜드는 허위·과장 신고를 제재하는 사내 규정을 만들도록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제도화와 관련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는 다른 사람의 권한까지 침해한다는 과점에서 봐야한다”고 했다.
조 변호사는 특히 사회 전반적으로는 기업의 고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기업이 오피스빌런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는 것은 사법기관의 역할까지 요구하는 것”이라며 “이런 기업의 영역이 아닌 결정을 해야할 뿐만 아니라 보안유지, 2차 피해 방지까지 해야하는데 이런 고충을 이해하고 더 공정하게 처리를 할 수 있도록 응원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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