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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은 범죄이자 ‘질병’…”단속·처벌 능사 아냐” 새 대책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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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소나기에 잠수 탄 마약사범, 한두달 뒤면 다시 시작할 것”

윤흥희 한성대학교 마약알코올학과 교수. /사진=머니투데이 더리더
윤흥희 한성대학교 마약알코올학과 교수. /사진=머니투데이 더리더

“마약 사범은 ‘단속 소나기’를 피하고 있을 뿐이다. 마약 단속 정책이 지속되지 않으면 1~2개월 뒤 다시 활개 칠 것이다.”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코올학과 교수는 21일 마약 청정국 지위를 되찾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을 포함한 모든 정부 기관이 ‘마약 척결’에 역량을 지속적으로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경찰에서 약 20년 동안 마약 수사를 한 베테랑이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단속 정책의 약발이 떨어지는 순간 마약 사범이 더욱 활개칠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윤 교수의 시각이다.

“마약 특수본 지속 활동해야 효과…마약류 감시원·명예지도원 제도 활용해야”

국내에서 마약사범은 꾸준히 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은 1만8395명으로 2010년 9732명의 2배에 달한다. 올해 1~2월 마약사범은 26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964명보다 32.4% 늘었다. 이 기간 마약류 압수량은 176㎏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2.4㎏보다 57.4% 증가했다. 서울시는 최근 마약범죄 암수율을 적용하면 서울시에만 마약사범이 13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자료를 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온라인을 통한 익명 거래가 늘면서 마약 범죄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윤 교수는 “마약 중독자 중 35~40% 정도가 재범한다”며 “교도소 문밖을 나오면서 ‘마약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지만 몇 개월 안에 유혹을 받고 온라인에서 손쉽게 약을 구한다”고 말했다.

마약은 범죄이자 '질병'…

윤 교수는 지속적인 정책 의지가 효과를 낸다고 강조했다. “검찰·경찰·관세청이 공조해 만들기로 한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나 검찰 마약강력부가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야 범죄 차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윤 교수는 “마약 수사가 첩보로 많이 시작되는 만큼 경찰이 가진 정보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서울이나 부산·대구 등 광역시 경찰서에서 마약 수사팀이 없는 서에는 팀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국가 기관의 역량만으로는 마약범죄를 완전히 뿌리뽑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마약 범죄는 별다른 피해자가 없는 암수 범죄인 만큼 다른 강력 사건보다 국가기관에 쉽게 포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예방 교육이나 치료를 담당한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시민들의 관심도 중요하다”며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식품안전의약처가 일정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마약류 감시원이나 마약류 명예 지도원으로 임명할 수 있는데 이런 제도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이 골든타임 끝자락…미래세대가 마약에 손도 못 대게 해야”

김희준 법무법인 LKB 대표변호사. /사진제공=법무법인 LKB
김희준 법무법인 LKB 대표변호사. /사진제공=법무법인 LKB

김희준 LKB 대표변호사는 “지금이 마약 청정국으로 돌아가기 위한 골든타임의 끝자락”이라며 “대응을 철저히 하지 않으면 회복 불가능한 단계가 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부장검사를 지낸 마약 수사 전문가다.

김 대표변호사는 “강남 마약 음료수 살포 사건이나 14세 여중생의 필로폰 구매·투약 사건에서 보듯 마약 범죄가 전보다 늘었고 심각해졌다”며 “단속과 처벌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마약에 손을 대지 않도록 마약의 위험성을 충분히 새겨주는 예방교육과 사후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변호사는 또 “마약은 중독의 문제이기 때문에 ‘범죄+질병’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이제까지 중독자들을 교도소에 가둬놓기만 하고 재투약을 방지할 교육에는 소홀했기 때문에 중독자들끼리 ‘마약범죄 네트워크’가 오히려 강화됐던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경이 실적 경쟁을 지양하고 원활히 협력해야 한다”며 “하나의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단속·수사·재활·예방을 총체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한 번 빠지면 못 나오는 마약 늪…국회 논의도 “처벌보다 예방”

마약은 범죄이자 '질병'…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마약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국회에서 관련 법안 논의에 착수했다. 범죄자 딱지를 붙여 격리하는 형사처벌 중심의 현행 제도를 예방교육과 중독자에 대한 치료·재활 중심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 선포와 발맞춰 국회 차원의 제도 개선 논의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21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오는 25일 법안1소위에서 마약류 관리에 관한 개정안(마약류 관리법) 5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대부분이 국가기관의 마약 치료와 예방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약사 출신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마약류 관리법은 현행 법의 목적에 ‘마약중독 예방 및 치료’를 추가하는 것이 골자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마약류 폐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현재 마약류 중독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실태조사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줄이는 내용도 담겼다.

간호사 출신의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마약류 관리법은 치료보호기관의 판별검사나 치료보호에 드는 비용을 국가가 전액 부담하도록 하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았다. 현행 법에서는 관련 비용을 국가와 지자체가 반반씩 부담하도록 했는데 종종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산 부담을 이유로 비용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런 문제를 최소화하고 마약류 중독자들이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 지원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범정부 차원 대응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냈다. 현행 관계 부처 합동으로 운영 중인 ‘마약류대책협의회’의 설치·운영에 대한 근거와 기능 등을 법에 명확히 규정해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마약류 오남용 예방과 중독자의 사회복귀를 돕는 사업을 실시할 수 있다는 조항도 넣어 재정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이밖에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의 법안도 마약류의 오남용 예방 및 중독자 등의 사회복귀를 지원하는데 필요한 사회재활사업을 운영하도록 국가의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국회의 이런 움직임과 맞춰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도 중독자 치료·재활 대책 강화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당정협의회에서 “중독자가 충분하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마약 중독자 치료비 단가를 상향 조정하고 통원 치료보다 입원치료 비중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서정숙 의원은 머니투데이 the300과의 통화에서 “마약 중독자의 연령대가 낮아지는 만큼 마약 대책도 예방과 치료의 관점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국민을 위한 법안이니 여야 이견이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 두번째)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4.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 두번째)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4.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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