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지혜 디자인 기자 |
#. 생후 20개월 아들 B군을 사흘 동안 집에 홀로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친모 A씨가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쟁점은 아이가 잠든 시간에 PC방에 간 것과 예방접종 하지 않은 행위 등이 유기·방임에 해당하는지, 사망 예견 또는 살인 고의성이 있었는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A씨는 법정에서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A씨 측은 “법리적으로 유기·방임죄와 아동학대살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할 고의가 없었고 피해자의 사망을 예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A씨에 대한 1심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동 학대 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아동 방임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이나 아동보호기관이 현장에서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일부 사건의 경우 형사처벌을 피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아동 학대 사건은 증가 추세다. 보건복지부의 ‘2021년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판단 건수는 3만7605건으로 전년 대비 21.7% 증가했다. 2018년 2만4604건에서 2019년 3만45건, 2020년 3만905건 등으로 늘었다. 학대유형은 신체학대가 46.3%, 방임이 29.6%로 집계됐다.
최근 15개월 된 아픈 딸을 방임 속에 숨지게 하고 그 시신을 김치통에 3년 가까이 보관한 부모가 구속된 사건이 발생했다. 친모 서모씨는 2020년 1월 초 경기 평택시의 자택에서 15개월 된 딸이 숨지자 이후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딸이 숨지기 일주일 전부터 열이 나고 구토를 하는 등 아팠지만 서씨는 딸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한 혐의도 받는다.
문제는 현행 아동복지법상 방임에 대한 기준이 너무 추상적이라는 점이다. 아동복지법 제17조 제6호는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라고 정하고 있다.
‘기본적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이 무엇인지 ‘소홀히’라는 것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정마다 경제적 수준이 다르고 양육태도가 다른데 어느 정도가 기본적인지 알 수가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도 아동 방임 여부를 분별하기 어려워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양부모 학대로 2020년 10월에 숨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 때도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은 2020년 초 4개월간 3차례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도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아이를 부모에게 돌려보냈다.
형사 처벌이 가능한 금지행위의 유형을 아동복지법에 더욱 구체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또 불명확한 법률을 보완할 매뉴얼이 마련돼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병수 동의과학대 경찰경호행정과 교수는 아동방임범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연구에서 “복지부에서도 방임의 유형을 유기, 기본적 의식주의 물리적 방임, 양육적 방임, 교육적 방임, 의료적 방임 등으로 나누고 있는데 구체적인 아동방임행위의 유형을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동관련기관의 종사자들조차도 어디서부터 사회적·법적 개입이 가능한 방임인지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방임의 위험을 판단하거나 아동의 방임상태를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는 표준화된 매뉴얼의 개발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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