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속출한 인천시내 한 아파트에 전세사기 아파트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스1 |
수십명의 30대 세입자들이 한 수도권 빌라 임대사업자로부터 50억원 상당의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세입자들은 ‘전세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임대사업자는 사기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21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최소 15명의 임차인이 50대 여성 임대인 A씨로부터 50억원 상당의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돌려받지 못한 금액은 각각 2억~4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들 임차인들은 ‘전세 사기’를 당했다는 입장이다. 30대 남성 이모씨는 2020년 12월20일 서울 중랑구 상봉동 소재 한 신축 빌라를 전세 보증금 2억8900만원에 계약했다. 이 집은 이씨 신혼집이었다. 전세 계약은 지난 1월30일자로 끝났다.
그러나 이씨는 여전히 집주인 A씨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이씨는 “전세금은 전액 대출금이라서 매달 150만∼200만원의 이자를 내고 있다”며 “피해 구제 센터 등 곳곳에 도움을 요청해도 ‘방법이 없다. 민사 소송하라’는 답변만 받았다”고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해당 신축 빌라에만 A씨에게서 전세 보증금을 못 돌려받은 임차인이 5명이다.
이씨는 “온라인 부동산 업자를 통해 임대인 A씨를 만났다”며 “등기부등본을 확인했지만 근저당·가압류·대출 등이 없었고 무자본 갭투자에 대해서도 몰랐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대체로 피해자들에게 ‘2개월 만 더 기다려달라’, ‘보증보험으로 나가라’, ‘나도 피해자다’라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현재까지 형사 고소는 하지 않았다”며 “돈 받는 게 우선이고 만약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손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임대차보증금 반환청구 소송을 통한 강제집행을 진행하고 있다. A씨가 소유한 자산을 압류해 처분한 뒤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서다.
지난 4월15일 임대인 A씨와 임차인 이모씨가 나눈 대화 /사진=독제 제공 |
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한 빌라의 임차인인 30대 남성 정모씨도 피해를 호소했다. 정씨는 해당 빌라에 2021년 3월5일 전세 계약하고 4월5일 입주했다. 2년 계약으로 지난 4일 만기가 됐지만 전세금 2억4000만원을 못 받고 있다.
정씨는 “(A씨가) 임대보증보험에 가입했다고 피해자들 안심시켜놓고 막상 보증서를 보면 일부 보증(전세금의 40%수준)만 가입해놨다”며 “지난 2월1일자로 거의 모든 물건에 압류가 걸려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액 보증 보험을 조건으로 계약했는데 몇달 뒤 확인했더니 보증금액이 9240만원이었다”며 “이를 두고 A씨와 4개월간 다퉜다”고 말했다.
정씨가 항의하자 A씨는 “전액 가입하면 보험비가 비싸고 임대인 보증보험 갱신하니까 1년 뒤 전액으로 바꾸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지난해 1월 전액 보험으로 변경이 됐다. 정씨는 다만 “보험이 있다고 다 지급될 수 있는 게 아닌 걸로 알고 있어 불안하다”며 “주택도시보증공사에 상담했더니 2개월은 기다려야 된다고 말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보험이 있는 상태라서 형사 고소는 안 하고 있다”며 “보험 이행 청구를 진행한 후 지연 이자에 대해 따로 청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씨 등에 따르면 A씨는 수도권 전역에 빌라 등을 수십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피해액은 최소 5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실제 A씨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임차인들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는 임차인들의 지역이 성북, 도봉, 강서, 중랑, 인천 등으로 다양했다.
임대인 “전세집 담보대출 받은 것도 아니고 잠적도 안 해”
20일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속출한 인천시내 한 아파트에 전세사기 피해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희생자를 추모하는 국화가 놓여 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20일 전세사기 피해와 관련해 피해 주택 경매시 일정 기준의 임차인에게 우선 매수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피해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전 금융권의 경매공매 유예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
그러나 임대인 A씨는 전세 사기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A씨는 이날 머니투데이와 한 통화에서 “요즘 전세금 상황이 좀 그렇다. 저만 그런 게 아니고 다른 임대 사업자들도 다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저도 남의 집에서 반전세로 살고 있기 때문에 세입자들이 어떤 상황인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출 준 집을 담보로 담보대출을 하든지 압류를 잡든지 이러면 사기가 성립하지만 저는 그런 걸 전혀 하지 않았다”며 “제가 어디 잠적한 것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A씨는 또 “처음에는 (보험을) 전액으로 하려고 했는데 HUG(주택도시보증공사) 관계자가 ‘일부도 된다. 일부도 생각해보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일부 보험을 하려면 세입자한테 동의서를 받아 제출을 해야 되지만 그 당시는 임대인 조건만 되면 할 수 있었다”며 “(집) 개수가 많다보니 일부로 하고 이후 전액을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특히 A씨는 “전세가 잘 돌면 전혀 문제 없다”며 “2억원 집을 100개 갖고 있다고 해서 200억원을 쌓아 놓고 (세입자가) 나갈 때 ‘안녕히 나가세요’라며 돈 줄 수 있는 임대사업자는 단 한 명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세자금 대출 이자가 2.5%에서 7~8%씩으로 오르면 이자를 50만원 내다가 150만원 내게 된다”며 “나라에서 구조적으로 이렇게 하면 임대인들은 다 죽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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