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주 69시간’으로 불렸던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이 사실상 유보됐다. 40일간 진행된 입법예고 기간 중 뚜렷한 보완책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6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추가 의견수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과 관련해 “(일주일 최대 근로시간이) 60시간이 될지 48시간이 될지 모르지만, 실노동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의 입법예고 기간 마지막 날을 맞아 마련됐다.
앞서 고용부는 지난달 6일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기존 ‘주’에서 ‘월·분기·반기·연’으로 확대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입법예고 기간을 거친 뒤 오는 6~7월 중에 국회에 입법안을 제출해 통과시킨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발표 직후부터 ‘공짜 야근이 늘 거다’, ‘일은 일대로 하고 휴가는 못 갈 것’이란 우려가 쏟아졌다. 국민적 반발이 커지자 윤석열 대통령이 같은달 14일 보완 지시를 내렸고, 이후 이 장관은 전면 재검토 방침을 밝히고 청년 노동자 등을 만나며 의견을 들어왔다.
입법예고 기간이 끝났지만 고용부는 당장 보완책을 내놓지 않고 의견을 더 듣는다는 계획이다.
이 장관은 “객관적인 의견 수렴을 위해 국민 6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FGI(그룹별 심층면접)를 할 것”이라며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당시 서울대 사회과학 연구소에서 대규모 설문조사를 했는데, 그 이후 노사관계 제도와 관련한 최대 규모 설문조사”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가장 좋다고 생각한 방안을 제시했는데 (국민이) 아니라고 하니 광범위하게 의견을 수렴해 국민들이 안심하고 노사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라며 “(9월1일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정부안이 ‘주 69시간’으로 받아들여진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 제도 개편안의 핵심은 주 40시간제를 확실히 안착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차라리 1년 근로시간을 1800시간으로 줄이겠다고 비전을 제시했으면 69시간 논란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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