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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나도 ‘멀쩡’, 기적의 아파트?…”귀찮아요” 방화문 활짝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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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방화문이 열려있을 때 화재 피해 모습. (오) 방화문이 닫혀있을 때 화재 피해 모습. / 사진=영등포소방서
(왼) 방화문이 열려있을 때 화재 피해 모습. (오) 방화문이 닫혀있을 때 화재 피해 모습. / 사진=영등포소방서

서울시내에서 화재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일부 아파트 내 방화시설이 당초 목적에 맞게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공동주택 내 화재건수는 4577건으로 인명피해는 총 548건 발생했다. 공동주택 내에서는 아파트(2759건), 다세대주택(1175건), 연립주택(227건) 순으로 화재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공동 주택 화재는 방화시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사고가 더 커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 전날 오전 기자가 서울 영등포구 아파트 3곳 20여층을 둘러본 결과 방화문이 모두 활짝 열려 있었다. 방화문은 불길이나 유독가스가 다른 층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아주는 문으로 현행법에 따르면 상시 닫혀 있어야 한다.

주민들은 이동할 때마다 문을 열고 닫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문을 개방해 두는 경우가 많았다. 문 앞에 벽돌이나 소화기 등을 세워놓고 문이 닫히지 않도록 고정시켜놨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와 게시판에는 ‘계단실의 방화문은 항상 닫혀있는 상태로 유지해달라’ 공고문이 적혀 있었지만 크게 의식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아파트 복도 모습. 상시 닫혀 있어야 하는 방화문은 벽돌, 소화기 등을 이용해 열어놓고 있었다. /사진=김지은 기자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아파트 복도 모습. 상시 닫혀 있어야 하는 방화문은 벽돌, 소화기 등을 이용해 열어놓고 있었다. /사진=김지은 기자

아파트 복도에도 택배 박스, 자전거, 유모차, 화분 등 적치물이 한가득 놓여있었다. 소방시설법에 따르면 아파트 복도나 계단 등 피난시설과 방화구획 주위에 물건을 쌓아두는 것은 불법이다. 화재 발생 시 주민들이 계단을 이용해 빨리 대피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적치물이 적발되면 소방법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영등포구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 이동이 편해야 하니까 제대로 관리를 못했다”며 “방화문을 열어두거나 집 앞에 물건을 쌓아두면 안된다는 사실도 지금에서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은 방화문이나 적치물을 일일이 점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소방 관계자는 “소방 시설 설치 및 유지 관리는 아파트 소유자나 관리자 등이 하게 되어 있다”며 “소방에서는 관리사무소 쪽에 화재 예방을 위해 방화문이나 적치물을 관리해달라고 요청을 한다. 보통 아파트 내에서 자체적으로 점검이 이뤄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화재가 발생한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 천장 전체가 검게 그을려 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지난달 화재가 발생한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 천장 전체가 검게 그을려 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노후화한 소규모 아파트는 방화문 설치가 되어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화재에 더 취약하다. 지난달 화재가 발생한 서울 영등포구의 한 5층짜리 아파트 역시 방화문이 따로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복도 천장을 올려다보니 검은 연기 때문에 천장 전체가 까맣게 그을려져 있었다. 이 아파트의 경우 층마다 소화기, 소방시설 경보기 등만 구비되어 있었다.

주민 박모씨는 “꼭대기층에서 화재가 나서 연기가 위로 올라갔다”며 “아래층 주민들이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었지만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현재 아파트 계단에는 방화문을 설치하는 게 의무”라며 “노후화한 아파트 경우에 화재에 특히 취약하기 때문에 소급 적용해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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