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여성이 많아진 만큼 여성과 배우자 모두 일과 출산·육아를 양립할 수 있는 제도가 더욱 필요합니다. 기업이 출산과 육아를 지원할 경우 혜택을 받는 직원의 임금 50~70%까지 정부가 보장해야 합니다.”
김영선 국회 인구위기특별위원회 위원장(국민의힘)은 최근 아시아경제 인터뷰에서 “인구 위기는 국가 존폐와 결부됐다. 예전과는 다른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이같은 해법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아이는 저절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아이를 낳을 결심을 해야한다”며 “일하는 여성이 많아진 만큼 여성이 일과 출산 및 보육을 병행할 수 있는 상황이 돼야 아이를 낳는다. 단순히 출산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육아가 무서워서 출산을 안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육 기간에 아동을 지속해서 지원하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까지 (정책은) 부족했다”면서 “출산축하금과 같은 일회성 지원보다 결혼을 한 사람이든 안 한 사람이든 자녀가 18세가 될 때까지 (부모가) 보육의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정부)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5대 국회에서 처음 금배지를 달았던 김 의원은 18대까지 내리 4선을 지냈다. 21대 총선에서 낙마한 뒤 지난해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돼 21대 국회 최다선 여성 국회의원이 됐다. 김 의원은 인구특위원장으로서 저출산 대책에 매진하고 있다. 인구 위기는 지역 소멸로도 이어지는 만큼 이보다 더 중요한 현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발족한 인구특위는 지난달부터 본격 논의를 시작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 일문일답.
-국회에 재입성한 소감은?
▲과거에는 정치 논쟁이 많았다. 정책 논의는 별로 하지 않았다. 요즘 국회는 정책이 많이 개발되고 있고 수준도 상당히 높다. 그러나 차이점은 국회의원들이 바람직한 수준과 상식을 갖춘 뒤 협상하고 타협해야 하는데 그런 원칙이 완전히 깨졌다. 서로에게 깨진 유리를 던지는 식으로 날카로운 비방이 많아진 것 같다. 정책도 ‘자가발전형’이 많고 양당이 서로 다른 부분을 인정해주면서 논점이 다르면 중간 합의를 이뤄야 하는데 자신들의 정당성만 주장하는 방식이다. 국회가 협상과 타협이라는 점에선 오히려 후퇴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상대방을 매도하면서 자기의 정당성을 강화하려는 증상이 아주 심한 것 같다.
-인구 감소 문제가 대두되는 시점에서 국회 인구특위원장을 맡았는데, 소감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다. 2060년~2070년이면 우리나라가 존속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활동을 살펴본 결과, 분석은 많은데 원인은 잘 파악되지 않았다. 인구 위기 문제와 지역소멸 문제는 사회적 인식과 문화, 가치관이 모두 연관됐고,
곧 국가의 존폐와 결부된다. 이 때문에 인식 전환과 정확한 데이터 분석에 바탕을 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전 세계 입법 사례를 분석해 행정조치를 요구할 것이다.
-출산율이 떨어진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아이가 저절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여성이 아이를 낳을 결심을 해야한다. 일하는 여성이 많아진 만큼 여성이 일과 출산·보육을 같이 할 수 있는 상황이 돼야 아이를 낳는다. 단순히 출산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육아가 무서워서 아이를 안낳는다고 한다. 그래서 보육 기간에 아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까지는 부족했다고 본다. 출산축하금과 같은 일회성 지원보다 결혼을 한 사람이든 안 한 사람이든 자녀가 18세가 될 때까지 (부모가) 보육의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각 부처의 업무 보고나 인구위기특위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보면 문제의 근원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일하는 여성이 많아진 만큼 여성과 배우자 모두 일과 출산·육아를 양립할 수 있는 제도가 더욱 필요해보인다. 기업이 출산과 육아 지원을 하는 경우 혜택을 받는 직원 임금의 50~70%까지 정부가 보장해야 한다. 출산·육아 휴가를 주는 기업과 못 주는 기업간 간극도 메워야 한다. 지방을 우선적으로 지원해주는 측면도 고려하면 더 좋을 것 같다.
-예산 문제는 결국 기획재정부를 설득해야 하는 일인데
▲장기 보육비나 출산·육아 휴가를 근로자에게 지원하는 기업의 경우에는 정부가 예산으로 보전해야 한다. 정부가 예산의 축을 이제는 사회적 가치에 방점을 찍어야 하지 않겠나. 일하는 여성들이 출산하고 보육도 할 수 있도록 예산을 적재적소에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 중앙과 지역의 차이를 메우는 역할을 정부가 해야 한다. 세수 증가와 학령인구 감소가 맞물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넘쳐나는데 일정 부분을 출산과 보육 지원으로 써야 한다는 생각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1.6명대로 유럽에서 출산율이 높은 프랑스의 경우 비혼 출산 등에 차별 없이 모든 아이에게 똑같이 가족수당이나 무상보육, 교육을 제공한다. 그래서 우선은 정상 가족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혼 출산율은 1.9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비혼 출산율인 39.9%보다 현저히 낮다.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수용도도 높지 않다. 부모의 혼인 여부나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없이 아동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정부 인증을 받는 가족친화기업 확대에 나서야 한다. 사내 교육도 필요한 경우 지원해주고, 가족친화우수기업으로 지정될 경우 세제 혜택을 크게 주거나 지원금을 배부하는 유인책이 필요하다. 난임 부부에 대한 치료 지원을 보강하고 난임 치료 휴가도 확대해야 한다. 끝으로 육아 부담을 덜기 위해 공공산후조리원을 전국적으로 시행했으면 한다. 처음 1년만 조리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3년 동안 24시간 365일 보육을 도와주는 공공산후조리원 형태의 조리원이다. 이어서 육아도우미 제도를 연구해 정책 방향을 제안해보고 싶다.
“지방 살리려면 ‘逆안심소득’ 필요”
“오세훈 서울시장표 ‘안심소득’ 보다는 지역별 안심소득 대책 일명 ‘역(逆) 안심소득’이 필요합니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가 지역구인 김 위원장은 “서울보다는 산업화나 교통편의가 떨어지는 지역을 지원하는 지역별 안심소득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서울시가 시범 사업으로 추진 중인 안심소득은 소득이 일정 금액에 미달하는 가구에 대해 미달액의 일정 비율을 현금으로 지원하는 선별복지 정책이다. 4인 가구가 월 최대 217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 중위소득 85%·재산 3억2600만원 이하 가구가 참여 기준으로 1인 가구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역 안심소득이란 지역 기반 기업들을 지원해주는 제도로 이를 통해 개인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김 의원은 “안심소득을 통해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둔 지역은 재정이 탄탄한 서울시뿐”이라면서 “지방에서 취업하고 언제 실직할지도 모르는데 실업 지원을 서울시에서만 받는다면 지방에선 사람들이 모두 떠난다. 지역 소멸을 완전히 절벽으로 떠미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한테 주는 것보다는 지역에 위치한 기업들에 주는 교육비, 법인세를 감소하는 식으로 하는 역안심소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방이 존속하기 위해선 지역별 할당을 통한 특화 기술 유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 첨단 산업에 들어가는 기초 기술을 지역별로 할당해서 지역 특화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어느 도시나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결국 서울이 압도적이고 그 다음이 부산, 경기도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별 분업을 해야 각 지역이 고유하게 산다”면서 “정치권이 산업 생산성을 골고루 배분하고 부족한 부분은 지역별 역 안심소득 제도를 만들어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역 개발을 위해 지구단위 계획을 없애거나 업무지역을 상업지로 바꾸는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창원은 50년 전 국가 산업단지가 만들어지면서 당시의 패러다임이 현존하고 있는 상태”라면서 “과감한 재개발을 통해 새로운 신도시로 재개발하지 않으면 지역 주민들이 다 빠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초 계획도시라는 것만 고수하다가는 슬럼화가 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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