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는 ‘정현진의 비즈니스트렌드’이자 ‘진짜 비즈니스트렌드’의 줄임말로, 일(Work)의 변화 트렌드를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찐비트 속 코너인 ‘오피스시프트(Office Shift)’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시작된 사무실의 변화를 꼼꼼히 살펴보고 그동안 우리가 함께해온 실험을 통해 업무 형태의 답을 모색하기 위한 바탕을 마련하는 콘텐츠가 될 것입니다. 매주 토·일요일 오전 여러분 곁으로 찾아갑니다. 40회 연재 후에는 책으로도 읽어보실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미국의 사무실 평균 공실률이 올해 1분기 18%를 넘기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리콘밸리 인근 샌프란시스코는 25%에 육박한다. 미국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커질 정도로 사무실 수요가 크게 줄었다. A급 사무실 평균 공실률이 2%대를 기록한 국내 사정과는 완전 딴판이다. 서울 강남은 공실률이 1%도 채 되지 않는다. 서울에서는 사무실이 부족해 임대료가 10년여 만에 사상 최대폭으로 오르는데 미국은 뚝뚝 떨어진다.
두 나라의 사무실 부동산 시장이 이렇게 극단적인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19를 계기로 확산한 재택근무 실험이 이러한 차이에 영향을 끼친 것까?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회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의 최용준 오피스 임차 자문그룹 총괄 상무는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질문을 받고 사무실의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설명했다. 경제 상황, 기업 구조 등 고려해야 할 요소는 다양하지만, 큰 틀에서 미국은 사무실 공급은 지속됐지만, 재택근무가 확대돼 수요가 줄었다고 했다. 반면 국내는 사무실 공급이 ‘절벽’이라고 표현할 만큼 감소했지만, 재택근무 축소를 기대한 기업의 사무실 확보 움직임이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참고 : 2023년 4월 8일자 ‘[찐비트]아파트 재택근무와 주택 재택근무, 어떻게 다른가[오피스시프트](17)’)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기존 사무실 공간의 재구성과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다. 기업들은 새로운 근무 형태에 발맞추면서도 사무실로 복귀한 직원의 니즈에 주목하고 있다. 이재홍 쿠시먼 코리아 프로젝트 개발 서비스(PDS) 상무는 “(기업들이) 예전에는 단순히 일하는 공간으로서의 사무실 구성에 집중했다면, 일하는 공간뿐 아니라 사무공간에서 어떤 경험을 하는지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에 접어든 현재 재택근무가 만든 국내 사무실의 변화에 대해 쿠시먼 코리아의 두 전문가에게 물었다. 쿠시먼은 1917년 미국 뉴욕에서 설립된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 기업으로, 전 세계 60개국, 400개 이상의 지역에서 5만명 이상의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부동산 매입, 매각, 임대차, 자산관리 등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전문 서비스와 공간 설계 등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왜 이렇게 한국과 미국의 주요 도시 사무실 공실률이 차이가 나는 것인가?
▲ 최용준 상무(이하 최): 나라마다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해보기는 어렵다. 경제 상황, 기업구조, 기업문화, 상업용 오피스 공급·수요 현황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미국 맨해튼의 경우 지속적인 신규공급과 더불어 기존 빌딩의 리모델링도 병행되고 있다. 빅테크 기업을 시작으로 전체 재택 또는 주 3일 근무 형태 등의 업무 형태의 변화로 인해서 앞으로 공실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한국은 코로나19 기간 수혜 받은 기업들이 성장하면서 강남 대부분의 오피스 면적을 차지했고, 신규 공급이 이뤄지기 전 이미 임대가 확장되는 수준에 이르기까지 했다. 재택근무를 한시적인 운영 기조로 선택했던 기업이 사무실로 복귀한 인원들이 상주할 면적을 확보하는 차원이었다. 그렇다 보니 강남의 임대가가 높아지면서 기존에 강남의 전통적인 임차사들이 여의도와 강북으로 이전했고, 타 권역의 공실률은 떨어지고 임대가는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 배경에는 지난 10년간 상업용 오피스의 누적 공실로 인해서 어려움을 경험했던 투자자들이 상업용 오피스 개발에 관심을 크게 두지 않았기 때문에 가파른 공급절벽의 시즌이 있었다.
–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하이브리드 근무 등 새로운 근무 형태의 등장으로 국내 사무실 공실률에도 변화가 있나.
▲ 최: 공실률과 사무실 공간 운영률은 (개념에) 차이가 있다. 공실률은 계약된 임차사가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빈 공간에 대한 비율이라면, 공간 운영률은 임대차 계약을 완료한 기업들의 공간 활용 빈도이기 때문에 공실률과 공간 운영률을 다르게 봐야 한다. 서울의 주요 권역 내의 공실률은 코로나19 기간 가파르게 떨어졌다. 많은 기업이 확장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대면으로 근무하는데 제약이 많다 보니 공간 운영률은 매우 낮았다. 임대인은 수익이 늘어난 반면 기업은 빈 공간에 대한 임대료와 관리비를 지속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코로나19 기간 공간 효율성을 고려한 기업이 계약기간 만료 시점에 공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일부 면적을 반납하거나 축소 이전하는 형태를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공실률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지금은 사무실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하는 국내 기업들,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사무실 리모델링 등에 나서는 기업이 많다던데 이러한 점이 대응책이라 할 수 있나.
▲ 최: 상업용 오피스 수급 불균형에 따른 임차사들의 오피스 면적 확보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신규 공급이 가파르게 떨어져 (사무실) 증평, 확장이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오피스 확장 또는 이전한 기업의 공간 구성을 확인해보면 코로나19 이전보다 자율 좌석제(개인 좌석 등 없애고 공용 업무공간 확대하는 형태), 재택근무 활용이 활성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던 기업이 큰 사무실 면적을 확보했었는데 재택근무의 효율성을 체험한 직원들의 요구를 감안해 주 2~3회 재택근무를 선택적으로 운영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결국 공간의 재구성과 근무 형태 변화로 부족한 오피스 면적을 대체하는 기업들이 계속 늘고 있다.
▲ 이재홍 상무(이하 이): 회사의 미래 사업계획을 구체적으로 빌드업하고 직원 수, 업무 형태를 파악해 사무실 확장이 필요한지, 아니면 지금의 사무실 크기에서 공간 변화를 통해 수요에 대응하는 업무공간 구축이 가능한지를 데이터를 기반으로 검토해 기존 사무실을 재구축하거나 확장하고 있다. 사무 공간의 변화가 대응책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내후년까지 오피스 임대 면적 자체가 구하기 쉽지 않다. 성장성이 있는 회사 입장에서는 사무실 공간을 구하기 어려우니까 지금 사무실을 효율적으로 쓰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IT 기술이 발달하다 보니 며칠을 사무실에 출근해야 사업이 큰 문제 없이 돌아가면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가 하는 것도 생각하게 된다. 예를 들어 현재는 1000명인 직원이 1300명으로 늘어나더라도 현 사무실 공간으로 수용 가능한지, 업무 패턴을 기반으로 고민한다. (사무실을 확장하기 위해) 임차하려면 비용이 들게 되고 그걸 향후 5년이라는 기간으로 두고 보면 상당히 크다. 그 비용을 투자한다. 네트워크 구축이나 직원 복지, 편의를 증진기 위해 가구를 좀 더 좋은 걸 쓴다든가 하는 식이다.
이제 재택근무라는 개념보다는 ‘어디서든 일한다(anywhere to work)’다. 깨어있는 회사들은 모빌리티가 앞으로 사무 환경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서 보안이나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등에 투자 비용을 쓴다.
– 코로나19를 겪으며 사무실이라는 공간이 갖는 의미가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3년간의 팬데믹 생활이 사실상 끝난 지금, 한국 기업이 사무실이라는 공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 이: 예전에는 단순히 일하는 공간으로서의 사무실 구성에 집중했다면 일하는 공간으로서 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사무공간에서 어떤 경험을 하는지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 1인당 직원이 사용할 수 있는 시설과 면적을 확대하고 휴게시설, 좋은 인테리어 디자인을 통해 직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하고 있다. 직원들이 회사의 배려를 느낄 수 있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 한다.
– 국내 기업들이 사무실 공간 변화에서 방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 이: ‘협업’이 자유롭게 이뤄지는 공간을 만들어달라고 한다. 기존 기업은 소통 측면에서 직원 간의 소통보다는 직원과 팀장, 팀장과 임원 간의 소통이 많은 업무 구조인 곳이 많았고, 이에 적합한 구조로 사무 공간이 구성돼 있었다. 하지만 사업이 다양해지고 프로젝트성 사업도 늘고 있다. 획일화된 인적 구성이 다양하게 변하고 직원 간 소통이 늘어나고 있다. 내·외부 소통도 기존보다 증가했다. 여러 형태의 협업에 대응할 수 있는 공간 구성으로 전환하고 있다. 국내에 있는 한 제약 회사에서는 임원실을 없애 그 공간을 협업·회의 공간으로 바꾸는 사무 공간 재구축을 진행했다. 공간을 3분의 2가량으로 줄였는데도 전체 사무실 사용도는 높고 ‘사무 공간에 만족한다’고 생각하는 직원의 비중을 기존 45%에서 85%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처음 기획한 대로 다양한 공간에서 협업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 그러한 사무실 환경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이: 우선 업무 패턴을 분석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게임사의 경우 모든 직원이 협업이 많을 것 같지만 협업을 많이 해야 하는 부서는 기획 등 특정 부서가 그렇다. 개발하는 경우에는 하루 10시간 근무하면 그중 9시간은 프로그래밍이나 코딩처럼 개인 업무를 한다. 고객사와 상담 중 ‘마이크로소프트(MS)처럼 사무실을 기획해주세요’라는 요청을 받으면 ‘그렇게 하면 대부분 망한다’고 답한다. 같은 IT 기업이어도 업무 패턴은 비즈니스 영역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이를 분석해야 한다.
– 최근 국내에서 재택근무 축소로 인해 충돌을 빚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 이: 정해진 업무를 진행하거나 개인 업무를 할 때는 재택근무가 효율성이 있다. 하지만 사무실 근무를 하면서 간단하게 대화를 나누며 생기는 시너지나 아이디어, 서로에 대한 소속감 등은 아직 디지털로 해결하기 어려움이 있어 IT 업계나 플랫폼 회사들이 점점 사무 공간으로의 복귀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재택근무냐, 사무실 복귀냐는 이데올로기적으로 무엇이 맞냐는 판단보다는 어떤 형태가 실제적으로 업무 효율성 측면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분석과 공감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무실 복귀를 추진한다면 기업에서는 직원들이 사무실에 나오는 것이 업무하기에 더 편하고 집중할 수 있고 개인의 일과 생활의 균형(워라밸)에 더 적합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업무, 휴게 시설의 구성이 필요하다.
– Z세대의 등장이 사무실 공간의 변화에도 실제 영향을 주고 있나?
▲ 이: 아직 Z세대의 비중이 사무공간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적다. 다만, 소통 방식에 있어 디지털을 활용한 소통이 늘고 있다. 이에 밀레니엄 세대뿐만 아니라 X세대도 적응해 나가고 있어 디지털을 활용한 소통 방식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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