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패션브랜드인 닥터마틴과 프랑스의 크리스찬 루부탱이 자사 제품 디자인을 차용한 일본 업체들을 상대로 건 유사품 소송 결과 닥터마틴은 승소하고 루부탱은 패소하면서 일본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사법계에서는 같은 유사품 소송이었지만, 무엇이 브랜드만의 ‘독자성’인지 여부를 가지고 구체화한 닥터마틴은 승소하고 이에 실패한 크리스찬 루부탱은 패소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4일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도쿄지방법원에서 열린 닥터마틴 소송, 그리고 같은 달 있었던 크리스찬 루부탱과의 소송 결과를 보도했다. 닥터마틴은 밑창을 접합하는 부분에 있는 노란 스티치가 특징이다. 닥터마틴은 일본 지바현의 회사가 이같은 특징을 가진 부츠 1460 라인 디자인을 카피했다며 부정경쟁방지법을 근거로 제소했다.
일본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르면 오인이나 혼동의 우려가 있는 유사품은 판매금지를 신청할 수 있다. 제품의 특징이 특정 사업자에게 독자적인 표시로 말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해당 디자인이 장기간에 걸쳐 독점적으로 사용돼 그 사업자의 특징이라고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진 것인가가 관건이 된다.
닥터마틴은 노란색 실을 의도적으로 바깥에 노출시키고, 검정 가죽과 밝은 노란색 실을 대비시킨 조합은 독자적인 특징이라고 주장했다.
3월 도쿄지방법원은 “실 하나하나가 길게 노출돼 있어 소비자에게 각인이 된다”며 닥터마틴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1460라인을 일본에 출시한 1985년 이후 비슷한 형태의 타 브랜드 제품이 판매된 사례가 없으며, 닥터마틴이 독점적으로 사용한 디자인이라고 인정했다. 또한 광고나 잡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상품 소개에서도 이같은 특징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닥터마틴의 상품 표시로 인식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피고 측은 “스티치는 비슷한 제조법으로 만들어진 신발이라면 기본적으로 노출된다”고 반박했으나, 재판부는 “닥터마틴의 특징은 색 조합과 스티치 노출 정도를 기초로 하고 있다”라며 기각했다.
2021년 기준으로 유사품은 한 켤레당 5000엔(4만9000원) 정도로 2만6000엔(25만5000원)에 거래되는 닥터마틴과는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두 제품은 모두 인터넷에서 판매되고, 소비자는 사진 등 한정적인 정보를 기초로 구입하기 때문에 혼란을 줄 수 있다”며 판매금지와 제품 폐기를 명령했다.
그러나 같은 달 크리스찬 루부탱이 사이타마현 회사를 상대로 판매금지를 요구한 건에 대해서는 청구가 기각됐다. 크리스찬 루부탱의 신발은 밑창이 빨간색이 특징인데, 사이타마현의 회사가 비슷하게 빨간 밑창 하이힐을 팔았다며 지난해 3월 판매금지를 요구했다. 그러나 도쿄지법은 “빨간색 밑창은 일반적인 디자인”이라며 이를 기각했다.
크리스찬 루부탱은 항소했고, 사건은 도쿄고등법원 지적재산고등법원에 배당됐다. 그러나 법원은 “빨간색이 크리스찬 루부탱과 비슷하더라도 오인의 우려가 없다”고 기각했다. 크리스찬 루부탱의 구두는 최소 8만엔이 넘는데, 상대 제품의 가격은 1만6000엔 정도라는 것이다. 또한 크리스티앙 루부탱은 명품을 취급하는 백화점 등에서만 팔리고, 상대 회사 제품은 인터넷 등에서 팔리기 때문에 판매 루트가 구별된다는 것도 이유였다.
앞서 크리스찬 루부탱은 일본에서 붉은 구두창에 대한 상표등록도 실시했으나, 지적재산고법은 “제품 색상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단색의 경우 상품 식별력이 뛰어나게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빨간 밑창의 인지도는 한정적”이라고 판단해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사측이 상고하지 않아 지난달 판결이 확정됐다.
결국 엇갈린 두 판결은 일본에서도 ‘무엇이 디자인의 독창성인가’를 두고 화제가 됐다. 지적재산법 전문가인 나카가와 류타로 변호사는 “디자인 보호를 요구하려면 특징을 구체적으로 특정해 주장해야 한다”며 “마틴은 실의 색깔뿐만 아니라 가죽의 색상 차이, 의도적으로 이를 노출시키고 있는 점을 특징이라고 주장했지만, 크리스찬 루부탱은 여성용 하이힐 밑창이 빨갛다고만 주장했다”고 분석했다.
나카가와 변호사는 “부정경쟁방지법은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할 수 있고, 재판에서 인정될 경우 피고인 이외 제3자의 위축 효과도 크기 때문에 법원은 신중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