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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눈 감으면 불바다, 귓가엔 타닥타닥” 강릉 주민들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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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아레나 아이스 경기장 안. 최호영씨가 불타 사라진 민박집 사진을 보여줬다. /사진=김지은 기자
13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아레나 아이스 경기장 안. 최호영씨가 불타 사라진 민박집 사진을 보여줬다. /사진=김지은 기자

“40년 평생 일궈온 집이었어요. 지금은 흔적조차 없어졌으니 허망할 따름이죠.

13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만난 최호영씨(76)는 산불 피해로 집을 잃고 이곳에 머물고 있다. 그는 취재진에게 사진을 한 장 꺼내 보였다. 40년간 살던 민박집이 형태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타 재만 남은 모습이었다.

그는 “바람도 그런 바람이 없었다”며 “한 발 내딛으면 쓰러질 정도로 시속 150km의 강한 바람이었다. 잠깐 외출하고 들어온 지 30분 만에 마을이 쑥대밭이 됐다”고 말했다. 최씨는 며칠째 잠을 못자 눈은 벌겋게 충혈돼고 얼굴은 잔뜩 부어있는 모습이었다.

강릉시에서 산불이 발생한지 이틀째인 이날, 이재민 대피소에는 울음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주민들은 자원봉사자가 마련해준 음식을 받고도 몇 숟가락 뜨지 못한 채로 남겼다. 주민들 몇 명은 복도 의자에 앉아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157개의 텐트 사이를 지나갈 때마다 “우리 집은 다 타고 없어요” “펜션이 완전히 소실됐어” 등의 목소리가 들렸다.

13일 오후 최영주씨가 강릉시 아레나 아이스 경기장 안에 마련된 텐트 안에서 생활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지은 기자
13일 오후 최영주씨가 강릉시 아레나 아이스 경기장 안에 마련된 텐트 안에서 생활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지은 기자

이재민 333명은 2~4인용 정도 되는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텐트 내부를 들여다보니 조명이 없어 어두컴컴했다. 텐트 구석에는 대피할 때 신고 나온 운동화 한 켤레, 구청에서 나눠준 매트와 이불, 각종 구호 용품들이 놓여 있었다.

이재민 최영주씨(43) 역시 텐트 안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눈을 감으면 불바다가 생각이 나고 조용하면 귀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들린다”며 “그 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린다”고 했다.

최씨의 텐트 옆에는 외부 단체에서 기부 받은 아이들 옷이 한가득이었다. 하지만 그는 “옷을 사이즈별로 주는 게 아니라 유아용까지 한꺼번에 줘서 맞는 옷이 없다”며 “당장 어른들도 입을 옷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최영주씨가 지난 11일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찍은 영상/ 사진=최영주씨 제공
최영주씨가 지난 11일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찍은 영상/ 사진=최영주씨 제공

강릉시에서 이재민들에게 트레이닝 복 한 벌씩을 나눠주긴 했지만 주민들 대부분 급하게 집에서 뛰쳐나온 경우가 많아 여분의 옷이 부족한 상태였다. 맨발에 슬리퍼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최모씨(75)는 “구청에서 준 추리닝(트레이닝 복)은 두꺼워서 그냥 난닝구(러닝 셔츠)만 입고 지내고 있다”며 “옷을 부탁할 가족도 없고 무릎도 불편해서 시장에 나가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아레나 경기장 안에서 주민들이 추진위원회를 둘러싸고 이야기 나누는 모습. /사진=김지은 기자
13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아레나 경기장 안에서 주민들이 추진위원회를 둘러싸고 이야기 나누는 모습. /사진=김지은 기자

이재민 대피소에서는 주민들 사이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 주민이 “텐트에만 하루 종일 있다 보니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모르고 답답하다”며 “산불 재해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단결한 모습을 보여주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표를 뽑기 전에 어떻게 운영할지 정해야 한다” “어떤 기준으로 대표를 선정할 것인가” 등의 의견이 나오며 주민들 간 언쟁이 이어졌다.

한편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8시30분쯤 난곡동 산24-4번지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은 마침 불어닥친 강풍을 타고 강릉지역 산림과 주택·펜션 등 민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이번 산불로 축구장 면적 530배에 이르는 산림 379㏊가 잿더미로 변했다. 소방당국은 강풍으로 부러진 나무가 넘어지면서 전선이 끊어졌고 여기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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