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방영된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주인공 김삼순은 30세 파티셰(patissier)다. 지금은 잘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당시 김삼순이라는 캐릭터의 설정은 ’30대 노처녀’였다. 2005년 여자의 평균 초혼 연령이 27.7세였던 점을 고려하면 그렇게 무리한 설정은 아니었던 것 같다.
지금 이 드라마를 리메이크한다면 김삼순의 나이는 몇살로 해야 할까. 2022년 기준 평균 초혼 연령을 보면 남자는 33.7세, 여자는 31.3세다. 지금은 김삼순의 나이를 35세로 설정해도 시청자들로부터 “노처녀는 아니다”는 지적을 받을지 모른다. 그만큼 초혼 연령이 빠르게 상승했고 결혼에 대한 인식도 변했다.
남녀 중 초혼 연령은 누가 더 빠르게 상승했을까. 1990년 여자의 초혼 연령은 24.8세였다. 2022년에는 31.3세로 약 30년 동안 6.5세 높아졌다. 같은 기간 남자가 27.8세에서 33.7세로 5.9세 증가했다. 여자의 초혼 연령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올라간 것은 여자의 고등교육 진학률 상승, 경제활동 참여 증가 등이 주된 이유로 풀이된다.
만혼(晩婚)이 증가하는 가운데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여자가 연상인 초혼부부 커플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1990년에는 초혼부부 100쌍 중 남자가 연상인 경우가 82쌍으로 이른바 ‘대세’였다. 그러나 2022년에는 남자 연상 초혼부부는 64쌍으로 감소했다. 반대로 1990년에는 여자 연상 초혼부부가 100쌍 중 9쌍에 불과했지만 2022년 20쌍으로 늘었다. 여자 입장에서 볼 때 ‘오빠와 결혼’은 줄고 ‘동생 또는 동갑과 결혼’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여자가 연상인 부부의 나이 차도 확대되고 있다. 1990년 여자가 연상인 부부 100쌍 중 22쌍은 남자와 3살 이상 차이가 났다. 2022년에는 100쌍 중 33쌍이 여자 나이가 남자보다 3살 이상 많았다.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서울의 한 결혼식장에서 하객들이 식장에 자리하고 있다. 2021.10.3/뉴스1 |
만혼과 더불어 비혼(非婚)도 확대되는 추세다. 2022년 초혼과 재혼을 포함한 혼인 건수는 19만1690건으로 약 30년 전인 1990년(39만9312건)의 절반 수준이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나타내는 조혼인율을 살펴보면 1990년 9.3명에서 2022년 3.7명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비혼·만혼의 증가는 자연스럽게 출산율 저하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의 적정 수준을 2.1명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1983년 2.06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은 2018년 0.98명으로 1명 아래로 떨어졌고 지난해 0.78명까지 낮아졌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정부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저출산고령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해 “저출산 문제는 중요한 국가적 어젠더”라며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저출산 실태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저출산 통계지표 체계’를 내년 공개해 정책을 뒷받침할 방침이다. 정부는 다양한 저출산 통계지표를 바탕으로 맞춤형 대책을 수립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료제공=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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