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살인’ 피해자 사인 마취제 중독…재력가 부부 “억울하다”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배후 부부로 지목된 피의자 유상원(51,왼쪽)와 황은희(49)가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재력가 부부와 범행에 사용된 마취제 등을 제공한 주범 이경우(35)의 간호사 부인이 검찰에 넘겨졌다. 피해자는 마취제 중독으로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3일 강도살인·살인예비 혐의로 유상원(50)과 황은희(48)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유상원은 이날 검찰에 송치되면서 “이경우가 범행 제안한 게 맞냐”, “이경우에게 7000만원 왜 보낸 거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억울하다”고 답했다. 뒤이어 모습을 드러낸 황은희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일그러진 표정으로 호송차에 탑승했다. 그는 차량에 오르기 전 잠시 휘청거리기도 했다.

경찰은 당초 유상원와 황은희에게 강도살인교사 혐의를 적용했지만 강도살인 혐의로 죄명을 변경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가담 경위 역할 등을 고려해 공동정범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범행 모의 단계에서 피해자(40대·여)의 남편에 대해서도 살해를 음모·예비한 점을 확인했다. 이에 유상원·황은희·이경우(35)·황대한(35)·연지호(29) 등 5명에 대해 살인예비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서울경찰청이 12일 특정강력범죄 피의자 2명에 대한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강남 납치·살인 사건 배후로 여겨져 강도살인교사 혐의를 받는 유상원, 황은희 부부에 대한 신상공개를 결정했다. 사진은 유상원(50), 황은희(48). 사진제공=서울경찰청

유씨 부부는 ‘납치·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인물로 주범 이경우의 제안을 받아들인 뒤 함께 범행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유씨 부부에 앞서 강도살인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된 황대한, 연지호 등 피의자 2명은 유씨 부부가 이씨에게 범행을 지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또 유씨 부부가 이씨에게 범행 자금 명목으로 현금 7000만 원을 건넨 정황을 포착했다.

사실혼 관계인 이들 부부는 가상자산(암호화폐) 투자 실패 문제로 피해 여성과 민사 소송을 진행하는 등 관계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씨와 연씨, 황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11시46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아파트 앞에서 40대 여성 A씨를 차로 납치한 뒤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3개월간 피해자를 뒤를 밟으며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날 이경우의 아내 A씨도 강도살인 방조·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A씨는 남편 이씨에게 범행에 이용된 마취제와 주사기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전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경찰에 “피해자의 사인이 ‘마취제 성분’ 중독이라고 추정된다”는 의견을 회신했다.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로 구속된 용의자 3인조 이경우(왼쪽부터) (36), 황대한(36), 연지호(30)가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구속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