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유포된 미국 정부의 기밀 문건을 통해 미 정부가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을 도·감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말 방미를 앞둔 가운데 미국의 도·감청 의혹이 불거지면서 향후 한미 관계에 미칠 파장에도 이목이 쏠린다. 미 정부는 이 사안을 적극 살펴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10일 미국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된 도·감청 의혹을 받는 미국의 기밀 문건에는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 비서관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포탄 지원 문제 대화 내용이 포함됐다.
문건에 따르면 이 전 비서관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공식 발표하는 방안을 거론하자, 김 전 실장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회담을 대가로 무기 지원을 결정해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언급한 내용이 담겼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정보가 ‘시긴트(SIGINT·신호정보)’ 보고에서 확보됐다는 표현이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시긴트는 미 정보당국이 전화 및 전자메시지 도청에 쓰는 신호정보다.
이번에 유출된 기밀 문건에는 영국, 이스라엘 등 다른 국가 관련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방국을 포함한 다양한 나라의 국내 문제와 관련된 정보가 담겼다고 보도했다.
현재 미국은 법무부 차원에서 기밀문서의 SNS 유출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이다.
미국 국방부는 이와 관련한 국내 언론의 질의에 “국방부는 이 사안을 적극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며 “법무부에 조사를 공식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7일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미국의 기밀 문건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확산하자 밝힌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특히 미국의 도청 의혹은 이달 말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앞두고 나온 터라 향후 한미 관계에 미칠 파장에 이목이 쏠린다. 정보 수집 장소가 미국 본토가 아닌 한국 내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가 강력 대응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될 수 있다. 이 사안을 놓고 국내 여론이 악화될 경우 12년 만의 국빈 방문 의미가 퇴색되고, 한미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예상된다.
미국 정부가 동맹국을 대상으로 도·감청을 하다가 들통난 것은 한두번이 아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사례는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 정보당국의 무차별적 정보 수집을 폭로한 것이다.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일했던 스노든은 국가안보국(NSA)이 감시 프로그램인 ‘프리즘(PRISM)’을 통해 자국민 수백만명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고 한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 우방국 정상들을 감시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특히 NSA가 독일 앙겔라 메르켈 당시 총리의 휴대폰까지 감청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양국이 한동안 갈등을 빚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 정상을 대상으로 하는 도·감청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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