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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 간 만남을 구실로 대만 포위 훈련에 돌입한 데 대해 미국 정부는 대응 자제와 현상 유지를 촉구했다.
대만 주재 미국 대사관격인 미국 재대만협회(AIT)는 9일 “미국의 오랜 관행과 정책에 부합하는 이번 경유를 과잉대응의 구실로 이용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앞서 차이 총통은 중미 수교국 순방을 하면서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를 각각 한 차례 경유했고, 로스앤젤레스 경유 기간에 매카시 의장과 회동을 했다. 미국 내에서 대만 총통과 하원의장이 공식적으로 만난 것으로 이번이 처음으로 파악된다.
두 사람의 만남을 극도로 경계해온 중국은 강경 대응을 예고했고, 전날부터 10일까지 대만해협과 대만섬 북부, 남부, 대만섬 동쪽 해·공역에서 대만섬을 둘러싸는 형태의 전투 대비 경계 순찰과 ‘날카로운 검 연합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도 미사일 발사를 포함한 대만 포위 훈련을 벌인 바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재대만협회는 “우리는 중국의 행동들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중화인민공화국(PRC)과의 소통 채널은 열려 있고 우리는 계속해서 자제와 현상 유지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재대만협회는 또 “역내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고 우리의 국가 안보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충분한 자원과 역량이 있음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중국 측이 고강도 군사훈련에 들어간 가운데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이 현재 대만을 방문하고 있어 미중과 대만을 둘러싼 긴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차이 총통은 전날 마이클 매콜 위원장을 만나 “대만은 미국 및 다른 비슷한 생각을 가진 국가들과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공동으로 수호하기 위해 계속 협력할 것”이라며 미국과의 안보협력을 더 강화하길 기대했다. 매콜 위원장은 차이 총통과의 만남에 이어 대만의 반도체 및 국방 산업 관계자들과도 만나 양측의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대만 방문 대표단 의원 8명 중 한 명인 가이 레센탈러 의원은 주미 중국대사관으로부터 대만 방문에 관한 경고 서신을 받았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중국 측은 서신에서 “대만 방문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중하게 위반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대만 분열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주고 미중 관계와 대만해협의 평화·안정을 엄중하게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이번 ‘매카시 회동’ 문제와 관련해 이와 같은 입장을 수차례 반복해서 밝히고 있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앞서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의 만남 전에도 참석 예정 의원들에게 경고 서신을 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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