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장관, ‘보완하라’ 대통령 지시받고 이틀에 한번꼴 현장 행보
오는 17일까지 입법예고…”기간 구애받지 않고 계속해서 소통”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고용노동부가 대통령으로부터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보완하라는 지시를 받고 현장 의견 수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9일 노동부에 따르면 이정식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 바로 다음 날인 지난달 15일부터 지난 7일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전국 곳곳을 찾아 근로시간과 관련한 간담회를 했다.
이 기간 평일이 18일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틀에 한 번꼴로 현장을 찾은 셈이다.
주요 만남을 살펴보면 이 장관은 지난달 15일 근로시간 관리 우수 사업장 노사 관계자,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와 잇따라 간담회를 했다.
지난달 16일에는 2030 자문단과 간담회를 했고, 22일에는 새로고침 관계자들을 다시 만나 의견을 들었다.
일각에서 ‘MZ노조’로도 부르는 새로고침 측은 이 장관에게 개편안을 그대로 시행할 경우 근로자 의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지, 제도를 악용할 경우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이 장관은 지난달 23일 인천 디스플레이 부품 제조업체를 방문한 데 이어 24일 청년유니온과 간담회를 했고 이달 들어서는 3일 대전에서 정부 출연 연구기관 근로자, 6일 대구에서 자동차 부품업체 근로자들을 만났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 장관은 국무회의 등 공식적인 일정 외에는 대부분 시간을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위한 의견 수렴에 할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장관은 오는 10일 광주에서 삼성·기아의 협력업체 인사 담당자, 오는 11일 경기에서 자동차 제조업 하청업체 근로자·인사 담당자를 만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앞서 노동부는 지난달 6일 ‘일이 많을 때는 주 최대 69시간까지 집중적으로 일하고, 일이 적을 때는 푹 쉴 수 있게 하겠다’는 내용으로 요약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내놓았다.
노동부는 일하는 전체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장시간 근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급속히 확산하자 윤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국민 의견을 듣고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권기섭 차관도 소통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들과 토론회에 참석했고, 30일 경기에 있는 욕실 환풍기 제조업체를 방문했다.
오는 13일에는 강원에서 바이오·의료기기 제조업체 관계자들을 만날 계획이다.
지방 관서도 자체적으로 현장 의견을 수렴해 그 결과를 노동부에 보고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가급적 사업장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비공개로 조용히 소통하고 있다”며 “현장 의견을 상세히 기록하고 정리해 제도 보완에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노동부는 ‘주 최대 52시간제’를 개편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오는 17일까지 입법예고하고 후속 절차를 거쳐 오는 6∼7월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었지만, 전반적인 일정이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노동부 관계자는 “입법 예고 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계속해서 현장 소통을 이어갈 예정”이라며 “대국민 설문조사도 곧 착수할 계획으로, 현재 그 방식과 세부적인 문항을 세심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이 장관이 선별적·편향적인 현장 행보를 보인다고 비판한다.
앞서 양대 노총은 이 장관에게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과 관련한 공개 토론회를 하자며 ‘4월 6일 오후 7시’라는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했다.
이 장관이 다른 일정을 이유로 응하지 않자 양대 노총은 예정된 일시에 ‘이 장관 없는 이 장관과 공개 토론회’라는 이름의 행사를 열고 개편안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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