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학교폭력(학폭) 가해 기록을 대입 정시 전형에 반영하도록 하고 취업 때까지 기록을 보존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가해
자를 엄하게 다스려 학폭을 근절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가해자를 엄벌하는 제도가 낳을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해자의 진정한 반성과 회개를 유도하기보단 오히려 학폭 인정과 처벌을 피하려는 소송과 시간 끌기만 남발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지난 5일 국회 당정협의회 후 기자들에게 “학폭 엄정 대응을 위해 학교생활기록부의 중대한 학폭 가해 기록 보존기간을 더 연장하고 현재 대입전형 관련 수시에 반영하는 학폭 가해 기록을 정시까지로 확대 반영해 학폭에 대한 경각심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당정이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부 기록 보존기간 강화는 학폭의 결과가 대입 전형에도 영향을 미치게 함으로써 그 책임을 무겁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 학창시절 학폭 가해기록이 취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해서 학폭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많았다”며 “보존 기한을 취업 시까지 늘리는 방안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회의에서 제시됐다”고 밝혔다.
당정은 이날 논의를 바탕으로 국무총리 주재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개최해 최종 계획을 확정·발표할 방침이다. 또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행정심판법’ 등 관련 입법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엄벌 위주의 대책이 학폭을 근절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 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학폭 피해자 고(故) 박주원양의 어머니 이기철씨는 실제 현장에선 학폭이 일어나도 학교에서 학폭을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도 제대로 안 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가해자의 학폭 기록을 대입·취업 때까지 남기는 대책은 그 다음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씨는 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가해자들의 기록을 오래 남긴다, 그렇게 되면 정순신 같은 사람들이 더 창궐하게 될 것”이라며 “기록에 안 남기기 위해서 돈과 권력과 힘을 가진 가해자 부모들이 다 총동원해서 어떻게든 시간 끌기 하는 또 다른 정순신이 또 더 많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아들의 학폭 논란이 불거지며 낙마했다. 아들이 고등학교 시절 학폭 가해자로 전학 처분을 받자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소송을 대법원까지 끌고 갔다. 아들은 학교를 1년간 더 다닐 수 있었으며, 졸업 후에는 서울대에 정시로 합격했다.
이씨는 “(실제로는 학교에서) 학폭위를 안 여는 일들도 비일비재하다”라며 “피해자의 회복이 없는 그런 대책은 아무 의미가 없다. 보여주기 식의 그런 대안들만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폭 전문 노윤호 변호사도 “사후적으로 가해 학생에게 불이익을 주는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피해 학생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를 중심으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학폭은 신고하면 해결될 수 있고, 어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교권 강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학폭위로 가기 전까지의 단계에서 선생님들의 재량권이 없다 보니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며 “(가해자 측 부모가)’우리 아이를 가해자 취급하냐’, ‘학습권 침해다’ 이런 식으로 민원도 빗발친다. 학폭에 대해 선생님들에게 폭넓은 재량권이 부여돼야 하고 최소한 학폭 민원에서 선생님들이 자유로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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