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범죄에서 전문가들이 단속과 처벌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것은 예방교육과 치료보호다. 특히 최근 심상치 않은 증가세를 보이는 10대 청소년의 마약범죄에서는 예방교육이, 마약류 관련 사범 전반의 재범률 감소를 위해선 치료보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제는 국내에서 예방교육과 치료보호 모두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치료보호의 경우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지정병원’ 21곳 가운데 현재 실질적으로 중독자 치료를 감당하고 있는 곳이 인천참사랑병원 1곳에 그친다. 나머지 병원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그나마 인천참사랑병원에서도 10대 청소년 중독자는 받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 ‘마약과의 전쟁’에 목소리를 높이지만 현장에서는 의무부대 태반이 전투 불능 상태인 셈이다.
마약을 투약했다가 1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받는 이들 대부분이 치료보호 처분 없이 사회로 나오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2016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1심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은 마약사범 9892명 가운데 치료명령이 내려진 이들은 156명에 그쳤다. 한번 손대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도 끊기 힘든 마약중독을 홀로 견디기 쉬울 리 없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마약범죄 재범률은 37%에 달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법원과 법무부, 보건복지부가 협력체계를 구축해 마약사범이 온전히 치료받을 수 있는 의무치료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안이 해법으로 거론된다.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 병원장은 “미국에는 약물법원이 따로 있어서 사법적으로 중독자에게 체계적으로 치료와 재활 명령을 강제하고 감시한다”며 “한국도 이런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해국 의정부 성모병원 교수는 “교육부도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마약에 대한 인식 수준 등을 조사하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중장기적인 예방교육체계를 세워야 한다”며 “급하다고 해서 주먹구구식으로 서투른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서 효과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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