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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약 한 통 먹이고 그곳엔 파스…군 가혹행위로 숨진 청춘 [뉴스속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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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지기 직전 치료를 받고 있는 윤 일병의 온 몸에 멍이 들어있는 모습. (군 인권센터 제공) 2014.8.1/뉴스1
숨지기 직전 치료를 받고 있는 윤 일병의 온 몸에 멍이 들어있는 모습. (군 인권센터 제공) 2014.8.1/뉴스1

9년 전인 2014년 4월 7일. 대한민국 육군 제28보병사단 포병여단 977포병 대대 의무대에서 선임 병사들이 후임 병사를 집단 구타해 죽음에 이르게 한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피해자인 윤승주 일병의 이름을 딴 ‘윤 일병’사건으로 유명하다.

윤 일병 사건은 군대 내무반에서 냉동식품을 함께 나눠 먹던 중 선임 병사에게 가슴 등을 맞고 쓰러지면서 시작됐다. 윤 일병은 당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다음날인 2014년 4월 8일 끝내 사망했다. 음식물이 기도를 막아 산소 공급이 중단되면서 뇌 손상을 입어 사망까지 이른 것이다.

치약 한 통먹이고 잠 안 재우고 기마 자세까지…기절초풍 군 ‘가혹행위’ 드라마 D.P.로 재현

군무이탈체포조(D.P.)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D.P.'의 한 장면.
군무이탈체포조(D.P.)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D.P.’의 한 장면.

당시 군 수사 기록에 따르면 윤 일병은 선임병 4명에게 폭행당해 숨졌다. 부대에서는 윤 일병을 포함한 후임병들에 대한 선임병들의 구타와 가혹행위가 일상적으로 일어났던 것으로 나타났다.

선임병 4명은 윤 일병 등 후임병에게 성기에 안티푸라민을 발라 성적인 수치심을 주기도 했으며, 치약 한 통 먹이기, 잠을 안 재우고 기마자세 서기 등의 가혹행위를 일삼았다.

특히 가해 주도자 이찬희 병장은 자신의 아버지가 유명한 조폭이라면서 가혹행위를 가하는 후임들에게 “만약 이 일을 고발하면 아버지한테 말해서 가족들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며 협박했다고 한다.

주요 피해자 윤 일병에게는 “아버지 사업을 망하게 하고 어머니는 섬에 팔아버리겠다”는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윤 일병의 얼굴은 선임병들의 상습적인 구타로 늘 부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임들은 윤 일병의 가족이 부대로 면회를 오거나 종교 활동을 나가면 자신들의 폭행 사실이 발각될까 봐 종교 활동을 못 나가게 하고, 윤 일병을 협박해 가족 면회를 막기도 했다.

이찬희 병장은 평소 기독교 자체에 대한 적대감 때문에 개신교 신자인 윤 일병이 교회에 가는 것을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와 같은 군 가혹행위는 2021년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디피)에서 재현되기도 했다. 드라마 내 조석봉 일병에 대한 가혹행위가 연이어 등장하고, 끝내 괴롭힘을 찾지 못한 조 일병은 탈영하기에 이른다. 드라마 내에서 조 일병에게 가해진 군 가혹행위가 윤 일병이 겪었던 가혹행위를 떠오르게 하면서 다시금 ‘윤 일병 사건’이 재조명됐다.

2년4개월여 동안 5번의 재판을 거친 끝에…가해 주동자 징역 40년형

= 29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에서 열린 육군 28사단 윤 일병 사망 사건과 관련한 항소심 첫 재판에서 방청객들이 검색대를 통과해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지난 10월 군사법원은
= 29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에서 열린 육군 28사단 윤 일병 사망 사건과 관련한 항소심 첫 재판에서 방청객들이 검색대를 통과해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지난 10월 군사법원은 “살인의 미필적 고의에 대한 합리적 의심의 정황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인정할 만한 충분한 증명이 어렵다”며 가해 병사들의 살인죄는 무죄로 인정하고, 상해치사죄만을 유죄로 인정했다. 2014.12.29/뉴스1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까지 가해자들에 대한 판결이 나오는데는 2년 4개월이 걸렸다. 총 5번의 재판을 거친 끝에 ‘윤 일병 사망사건’의 주범 이모씨에게 징역 40년형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 병장에 대한 재상고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가혹행위 가담자 하모 병장과 이모 상병, 지모 상병에게는 각 징역 7년 형, 유모 하사는 징역 5년이 확정됐다.

사건의 쟁점은 이 병장 등 가해자들에게 살인죄를 인정할 것인지 여부였다. 군검찰은 당초 상해치사 혐의로 가해 병사들을 기소했다가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살인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1심인 보통군사법원(육군 3군 사령부)은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상해치사죄만을 적용했다. 하지만 사망이라는 엄중한 결과를 낳았고 장기간에 걸쳐 학대 행위를 했다는 점을 들어 징역 45년을 선고했다. 공범들에 대해서도 살인죄를 인정, 징역 15~3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인 고등군사법원은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면서도 양형은 1심보다 훨씬 가벼운 징역 35년 형을 선고했다. 고등군사법원은 살인을 계획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이같이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5년 10월 고등군사법원의 판결을 다시 뒤집고 이 병장에 대해 살인죄가 인정된다는 판결을 하고 사건을 다시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다른 공범들에 대해서도 살인죄 적용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파기환송심을 열게 된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은 2016년 6월 살인죄를 적용해 이 병장에게 징역 40년 형을 선고하고, 공범들에 대해서는 상해치사 등의 혐의를 적용해 징역 7~5년 형을 선고했다. 다시 열린 대법원 재판(재상고심)에서 파기환송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9주기 맞았지만, 여전히 유가족은…”군부대 내 은폐·조작 진실 밝혀달라”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군대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로 사망한 고(故) 윤승주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 씨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가진 군인권보호관 진정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유족들은 육군이 윤 일병의 사인을 기도폐쇄에 의한 질식사로 조작하고 가해자들의 죄명을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로 공소 제기한 데 대한 진상규명과 이로 인해 유족들이 입었던 인권침해에 대해 조사할 것을 인권위에 요구했다.  윤 일병은 2014년 육군 28사단에서 선임병들의 구타·가혹행위로 쓰러졌으며 쓰러진 상태에서 추가적으로 구타와 폭행을 당하다가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2023.4.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군대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로 사망한 고(故) 윤승주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 씨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가진 군인권보호관 진정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유족들은 육군이 윤 일병의 사인을 기도폐쇄에 의한 질식사로 조작하고 가해자들의 죄명을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로 공소 제기한 데 대한 진상규명과 이로 인해 유족들이 입었던 인권침해에 대해 조사할 것을 인권위에 요구했다. 윤 일병은 2014년 육군 28사단에서 선임병들의 구타·가혹행위로 쓰러졌으며 쓰러진 상태에서 추가적으로 구타와 폭행을 당하다가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2023.4.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9주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유가족은 사망 원인 은폐·조작에 대한 진실을 밝혀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군이 사건을 은폐 축소하고 가해자에게만 책임을 돌렸다는 것이다. 유가족은 9주기 전날인 지난 6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윤 일병 어머니 안미자 씨는 같은 날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가 진정 접수 뒤 장장 6년 가까이 조사하고도 가해자에게 속은 군이 ‘만두 먹다 질식사했다’고 발표했다는 게 결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인권센터가 사건 전모를 폭로해 사망의 진실은 밝혀졌지만 누가, 왜, 무슨 목적으로 우리 승주의 죽음을 둔갑하려고 한 건지 대한민국은 궁금하지 않은가”라고 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대통령 소속 진상규명위는 지난 2월 6일 군이 윤 일병 사망 사건을 축소했거나 사인을 은폐·조작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구타당하다 사망한 윤 일병이 만두를 먹다가 목이 막혀 죽은 것으로 육군이 실수나 착오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유가족은 이에 불복해 지난 2월 22일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진상규명위는 지난달 27일 재조사를 의결했다.

유족은 윤 일병 사망 직후 육군이 부검의를 앞세워 사인을 ‘기도 폐쇄에 의한 질식사’로 조작하고 군검찰이 이를 받아들여 가해자 죄명을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로 기소했다며 은폐 의혹을 수년간 제기해왔다.

유가족들은 인권위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중구 포스트타워에 있는 진상규명위를 항의 방문하고 송기춘 진상규명위 위원장, 탁경국 상임위원과 면담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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