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흑서’ 저자 권경애 변호사가 학교폭력 피해자의 변호인을 맡았으나, 정작 재판에 여러 차례 출석하지 않으면서 결국 소송이 취하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서울고법 민사8-2부(부장판사 김봉원)는 2015년 학교폭력으로 숨진 고 박주원 양의 어머니 이모 씨가 학교법인 및 가해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에 대해 지난해 11월 24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한겨레가 6일 보도했다.
유족 측은 8년을 이어온 학교 폭력 사건의 항소심에서 제대로 목소리를 낼 기회가 없었다. 유족으로부터 수임료를 받고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해미르의 권경애 변호사가 정작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족 측에 따르면 권 변호사는 지난해 9월 22일, 10월 13일, 11월 10일 등 세 차례의 변론기일에 모두 나타나지 않았다. 그 결과 1심에서의 원고 일부 승소가 패소로 변경되고, 나머지 가해자에 대해선 항소가 취하됐다.
민사소송법에 따르면 항소심에서 소송당사자가 재판에 2회 출석하지 않으면 1개월 이내에 기일을 지정해 신청할 수 있다. 단, 이마저도 출석하지 않으면 항소가 취하된 것으로 간주하는데, 이번 사건은 여기에 적용된 것이다.
소 취하 사실도 5개월 뒤 알려…”8년 소송 원통해”
심지어 권 변호사는 자신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소가 취하됐다는 사실마저 유족에게 5개월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유족 이 씨는 “답답한 마음에 재판 상황을 줄곧 물었는데도 대답하지 않다가 최근에 패소했다고 이야기했다”며 지난주에야 재판 결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권 변호사 측) 직원이 그만둬서 챙기지 못했다고 하더라. 청소 노동자로 살면서 어렵게 소송을 8년간 해왔는데 너무 원통하다”고 덧붙였다.
권 변호사는 이른바 ‘조국 사태’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조국 흑서'(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공동 저자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치 비평 글을 올리며 이름을 알렸다. 그는 세 차례나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은 이유를 두고 한겨레에 “불찰이다. 변명할 부분이 없고 잘못에 대한 소명도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고 박주원 양은 중고등학교 시절 SNS를 통해 가해자들로부터 모욕당하는 등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 박 양은 이들을 피해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갔으나 고등학교에서도 괴롭힘은 계속됐고, 2015년 수학여행을 다녀온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어머니 이 씨는 2016년 8월 서울시교육청과 학교법인, 가해자 등 34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1심 재판부는 가해 학생 1명의 손해배상 책임만을 인정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하면서 유족은 여기에 불복해 항소했다.
유족 “하루 멀다 하고 조국·이재명 비판…누가 누굴 비판하나”
이 씨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해 10월경 소송이 그리되고 자신도 너무 힘들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하는 권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하루가 멀다고 조국을 비판하고 이재명 비판하고 정치를 비토했다”며 “누가 누구를 비판하느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가 권 변호사에게 “도대체 왜 재판기일에 안 간 거냐”고 묻자, 권 변호사는 “한 번은 법원까지 갔으나 쓰러져서 못 갔고, 두 번째 기일은 수첩에 다음 날로 날짜를 잘못 적어놔서 못 갔는데 다시 재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판사가 자신에게 잘못 알려주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가해자들이 재판에서 승소했다고 떠들고 다닐 걸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지다 못해 망연자실”이라며 “법을 잘 아는 변호사가 딸을 두 번 죽인 것이며 자식 잃은 어미의 가슴을 도끼로 찍고 벼랑으로 밀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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