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서울 중랑구에 사는 곽모씨(30)는 최근 건대입구역 앞을 지나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한 중년 여성이 ‘○○은행 어디 있어요?’라고 물어와 친절히 길을 안내하고 봤더니 결국 사이비종교 포교 활동이었다.
곽씨는 “길을 묻고 나서 ‘인상이 좋은데 아가씨 때문에 아가씨 엄마가 아프다’며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돈을 요구하더라”며 “그냥 가겠다고 하니 갑자기 돌변해 욕을 퍼부어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후로는 누가 다가와도 못 들은 척 하고 무시하는 편”이라고 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늘어나고 무작위 사이비종교 포교 활동까지 더해지자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거리에서 길을 묻거나 무료로 음료를 나눠주는 방법이 범죄에 활용되면서 거리 인심이 바닥났다.
최근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는 집중력과 기억력에 좋다며 고등학생들에게 마약 성분이 든 음료수를 나눠주고 마시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음료가 담긴 플라스틱 병에는 유명 제약회사 사명까지 인쇄돼 의심을 덜게 했다.
서울 광화문 직장인 최모씨(29)는 “대학 때 시험기간이면 학교 앞에서 에너지드링크를 무료로 나눠주는 행사가 자주 있었는데 이번 사건을 보고 뭐가 됐든 모르는 사람이 주는 것은 어떤 것도 먹거나 마시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양모씨(31)는 “출퇴근길에 잠실역을 지나는데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나서 많게는 하루에 두번씩도 낯선 사람이 말을 걸어온다”며 “주로 이어폰을 낀 채 무시하고 지나가지만 가끔 정말 길을 물으려던 것 아닐까 걱정되기도 한다”고 했다.
포교 방식이 교묘해지면서 대학가에는 때아닌 ‘사이비종교 주의보’가 내려졌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서 ‘새내기 꿀팁’을 준다며 설문조사 참여를 유도해 개인정보를 빼내거나 ‘독서모임’, ‘볼링동호회’ 등 취미 동아리로 위장해 포교 대상자를 모집하는 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상 속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불필요하게 높아졌다. 길거리뿐 아니라 집으로 찾아오는 타인에 대한 신뢰도도 낮다.
서울 마포구에서 자취하는 직장인 박모씨(31)는 “가스검침은 미리 연락을 주고 방문하고 안전상 필요하니 문을 열어주지만 남성 검침원보다는 여성 검침원일 때 더 안심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에어컨 청소처럼 오래 있어야 할 땐 친구를 불러 같이 있는다”고 말했다.
경기 하남에 사는 하모씨(33)는 “집에 주로 어린 아이들과 함께 있어서 초인종이 눌려도 인터폰으로 확인하고 집에 없는 척 하는 편”이라며 “문앞에 ‘천주교’라고 붙여놨는데도 포교 활동이나 물건 파는 사람이 와 아예 대꾸를 안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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