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서 탄천을 가로지르는 교량 정자교가 붕괴돼 여성(40) 1명이 숨지고 남성(28) 1명이 중상을 입었다./사진=최지은 기자 |
“어제도 지난 다리인데 하루아침에 무너졌다는 게 믿기지 않네요.”
20년 가까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정자교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 박모씨(76)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침·저녁으로 탄천에 운동하러 나오는데 오늘은 비가 와서 아침 운동을 안 나와 다행”이라고 했다.
또 다른 주민 이모씨(50대)는 “아침에 일대 아파트가 다 정전이었다”며 “정전이 되고 나서 정자동 주민 1000여명이 모인 카카오톡 채팅방을 확인했더니 사고 현장 사진이 올라왔다”고 밝혔다.
5일 오전 분당구 정자동에서 탄천을 가로지르는 정자교가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해 행인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주치 못하면서도 과거 있었던 보도 확장 공사가 원인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정자교는 분당신도시 조성 당시인 1993년에 준공됐다. 총길이는 110m, 폭은 26m에 이른다. 정자교 교량 양쪽에는 각각 폭 2.2~2.5m 정도의 보행로가 조성돼 있다.
정자교 양쪽으로는 주거 지역과 업무·거주·상업 지역이 각각 들어서 있다. 업무·거주·상업 지역 인근에는 수도권 지하철 신분당선이 지나고 있어 출퇴근을 위해 주거 지역에서 업무·거주·상업 지역으로 통행하는 주민 수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주민들에 따르면 수년 전 정자교 보행로를 확장하는 공사가 있었다. 20년 전 정자교 바로 앞에 위치한 아파트에 입주했다는 주민 김모씨(72)는 “원래는 한두 명 지날 수 있는 좁은 보행로였는데 유동 인구가 많아지면서 보행로를 확장하는 공사가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서 탄천을 가로지르는 교량 정자교가 붕괴돼 여성(40) 1명이 숨지고 남성(28) 1명이 중상을 입었다./사진=최지은 기자 |
이날 현장을 직접 살펴본 조성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책임교수는 앞서 도보 확장 공사가 있었다는 주민들의 말에 대해 “주민들의 말을 허투루 들어선 안 된다”며 “도보 확장 공사를 했다면 당시 철근을 부족하게 넣지는 않았는지 등을 엑스레이로 찍어 정밀 진단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철근 이음 공사가 부실하게 이뤄지지 않았는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붕괴한 교량 단면 속 철근의 양이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또 “자세한 건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철근 부식이 붕괴를 가져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겨울철 미끄러짐 방지를 위해 도로 위에 뿌리는 염화칼슘과 빗물 등이 제대로 배수되지 않으면 구조물 속으로 들어가 철근을 썩게해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일각에서 정자교 붕괴 원인으로 수도관 파열이 언급된 것에 대해서는 “수도관이 터질 걸 감안해 하중을 계산했어야 한다”며 “수도관이 터져 무너져 내릴 다리라면 애초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정자교 인근의 다른 다리들도 붕괴될까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모씨(66)는 “불정교와 수내교 등 비슷한 시기 지어진 다리들도 같은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걱정”이라며 “관련 기관들이 철저히 점검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 분당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24분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정자교가 붕괴하면서 다리를 건너던 시민 A씨(40·여)가 숨지고 B씨(28·남)는 허리 등을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박기환 분당소방서장은 이날 오후 사고 현장 인근에서 브리핑을 열고 “건물(교각)구조 110m 중 약 50m가 붕괴했고 인도 쪽만 내려앉았다”며 “앞서가던 여성이 숨졌고 뒤에 걷던 남성이 중상을 입어 현재 병원으로 후송 조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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