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잔혹하게 살해한 김태현이 2021년 4월9일 서울 도봉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마스크를 벗고 심경을 밝히고 있다./사진=뉴스1 |
2년 전인 2021년 4월5일.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잔혹하게 살해한 김태현(27)의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김태현은 지난해 무기징역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피해자’ 큰딸 스토킹한 김태현…참사로 이어졌다
경찰 조사 등에 따르면 김태현은 피해자인 세 모녀 중에서 큰딸 A씨를 온라인 게임으로 만나 2020년 11월부터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2021년 1월 초 서울 강북구 한 PC방에서 A씨를 처음 만났고, 며칠 뒤에 한 차례 더 만났다. 같은 달 23일에는 다른 지인 2명까지 4명이서 저녁 식사를 했다. A씨와의 만남은 이 세 차례가 전부였다.
김태현은 마지막 만남에서 A씨와 말다툼을 했다. A씨는 이튿날 김태현에게 연락하지 말라며 휴대전화 번호 수신을 차단했지만, 김태현은 A씨를 집요하게 스토킹하기 시작했다.
김태현은 범행 전 A씨가 보냈던 사진 속 택배 상자에 적힌 집 주소를 보고 찾아갔다. A씨는 휴대전화 번호까지 바꿨지만, 김태현은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메시지를 보내는 등 지속해서 연락했다. A씨는 지인들에게 “김태현으로부터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태현은 A씨가 자신을 계속해서 피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계획했다. 검찰의 디지털포렌식 분석 결과 A씨의 휴대전화에서는 “후회할 짓은 하지 말랬는데 안타깝다. 잘살아 봐”라는 내용과 욕설이 포함된 김태현의 메시지가 발견됐다.
스토킹 두 달 만에 범행…시신 옆에서 취식까지
2021년 3월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된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 폴리스라인이 쳐있다./사진=뉴스1 |
김태현이 피해자들을 살해했던 2021년 3월23일은 화요일이었다. 그는 휴대전화로 ‘경동맥’, ‘사람 빨리 죽이는 방법’ 등을 검색하고, A씨에게 다른 아이디로 채팅을 걸어 업무 시간대를 알아냈다.
범행 당일 오후 5시25분쯤 김태현은 A씨 집 근처 마트에서 흉기 한 자루를 훔쳤다. 퀵서비스 기사로 위장한 그는 A씨 집 앞에 도착해 문을 두드렸다.
당시 집에 혼자 있던 A씨 여동생은 “문 앞에 두고 가라”고 했지만, 김태현은 문이 열리기까지 기다렸다가 집으로 들어가 A씨 여동생을 살해했다. 이후 김태현은 오후 10시9분쯤 귀가한 A씨 어머니를 살해하고, 오후 11시30분쯤 집에 온 A씨도 연달아 살해했다.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은 A씨의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삭제했다. 그는 시신이 방치된 범행 현장에서 사흘 동안 머무르며 냉장고를 열어 밥과 술까지 챙겨 먹었다.
3월25일 경찰은 “A씨와 연락이 안 된다”는 A씨 지인 신고를 받고 사건 현장에 도착했다. 자해를 시도해 목 등을 다친 김태현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받고 회복한 뒤 조사에 임했다.
“살아있는 게 뻔뻔해”…지난해 4월 ‘무기징역’ 확정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잔혹하게 살해한 김태현이 2021년 4월9일 서울 도봉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앞서 마스크를 벗고 심경을 밝히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신상정보가 공개된 김태현은 2021년 4월9일 서울 도봉경찰서 앞에서 무릎을 꿇고 스스로 마스크를 벗었다. 당시 포토라인에 선 그는 “살아있다는 것도 정말 뻔뻔하다는 생각이 든다. 유가족분들, 저로 인해 피해 입은 분들 모두에게 사죄드린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사 내용을 토대로 김태현에게 △살인 △절도 △특수주거침입 △경범죄처벌법 위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5개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김태현은 검찰 조사에서 A씨의 가족들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이유에 대해 “집에 남자가 있어도 제압했을 것”이라며 “그 정도로 배신감과 상처가 컸고, 시간이 갈수록 응어리가 지고 화가 커져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김태현 측은 재판 과정에서 “A씨를 살해할 계획만 있었을 뿐 A씨 어머니와 동생에 대한 범행은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범행이 모두 계획적이었다며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김태현이 ‘우발적 살인’이라고 주장한 점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검찰이 구형한 사형은 받아들이지 않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은 무기징역을 선고하되, 가석방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살해 과정이 무자비하고 교화될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며 사형 선고를 고려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김태현이 어린 시절 따돌림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공격성을 보이는 측면이 있고, 범행 이후 수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을 보면 자책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참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4월 검찰과 김태현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김태현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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