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이태훈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재의요구안 재가가 확실시되면서 이번 정부 들어 ‘1호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이뤄지게 됐다.
윤 대통령은 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이같이 결정했다.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2016년 5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7년 만이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의요구안은 원안대로 의결됐다”며 “의결된 안건에 대한 대통령의 재가는 절차대로 이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농민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혀며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높였다. 주무 부처 장관들도 윤 대통령에게 지속적으로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만큼 이번 결정은 예견된 행보였다는 평가가 많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생산량이 목표량의 3~5%를 초과하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이상 하락하면 정부가 의무적으로 초과 생산된 쌀을 매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은 지난달 23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 31일 정부로 이송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농가 소득을 높이려는 정부의 농정 목표에도 반하고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그간 정부는 이번 법안의 부작용에 대해 국회에 지속적으로 설명해 왔지만, 제대로 된 토론 없이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농정의 목표는 농업을 생산성이 높은 산업으로 발전시켜 농가 소득을 향상시키고 농업과 농촌을 재구조화하여 농업인들이 살기 좋은 농촌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농업과 농촌을 농산물 가공산업 관광과 문화 콘텐츠를 결합해 2차 3차의 가치가 창출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시장의 쌀 소비량과 관계없이 남는 쌀을 정부가 국민의 막대한 혈세를 들여서 모두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며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더라도 이렇게 쌀 생산이 과잉되면 오히려 궁극적으로 쌀의 시장 가격을 떨어뜨리고 농가 소득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하면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다시 국회로 넘어가 재표결에 붙여질 전망이다. 법안 재의결을 위해선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훨씬 까다로운 조건이 요구된다.
재의결을 위해선 산술적으로 재적의원 299명 중 200명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그러나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만 하더라도 115명에 달해 현실적으로 재의결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게 중론이다. 법안은 폐기 수순을 밟을 것이 유력하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재의결보단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비슷한 ‘제2의 법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2일 김성환 당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필요하면 민주당은 이와 다른 방법으로 (쌀값 안정을 위한) ‘안전장치’를 추가로 만드는 입법에 도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