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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주택가 “살려주세요” 납치·살해 3인조 오늘 영장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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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밤 11시48분쯤 강남구 역삼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납치사건 현장. 납치범 차량이 아파트 주변에 정차하고 있다. /영상 캡쳐
지난달 29일 밤 11시48분쯤 강남구 역삼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납치사건 현장. 납치범 차량이 아파트 주변에 정차하고 있다. /영상 캡쳐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3인조 일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3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 주재로 진행된다.

피의자는 강도살인·사체유기 혐의를 받는 이모씨(35·법률사무소 직원, 황모씨(35·물류업체 직원), 연모씨(30·무직) 등 3명이다. 여론의 관심이 높고 신속한 수사가 필요한 만큼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날 중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들이 피해 여성의 재산을 노리고 수개월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한 계획 범죄라고 보고 붙잡힌 피의자 3명 외에도 추가 공범이 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씨 등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46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귀가 중이던 피해자를 차량으로 납치해 대전에서 살해하고 대청댐 인근 야산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을 수사 중인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이들이 사건 당일 오후 4시쯤부터 피해자의 사무실 인근에서 대기하다가 저녁 7시쯤 퇴근하는 피해자를 미행한 뒤 주거지 인근에서 납치해 살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납치 당시 피해 여성이 격렬하게 반항했지만 이들은 피해자를 강제로 끌고 길가에 세운 회색 승용차에 태웠다. 피해자를 차에 태우기까지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

당시 피해자가 “살려주세요”라고 비명을 지르고 이런 소란을 목격한 시민이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즉시 차종과 차량번호 등을 확인, 용의자들의 신원과 동선을 확인했다.

경찰은 CCTV를 통해 피의자를 특정한 뒤 31일 범행 발생 40여시간만에 일당을 차례로 검거했다. 이들은 피해자를 납치할 때 사용한 차량을 버리고 렌터카와 택시를 타고 이동하면서 현금만 사용하는 등 수사망을 벗어나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 모처에 버려진 납치 차량에서는 혈흔이 묻은 고무망치 등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가 발견됐다.

경찰은 금전 목적으로 2∼3개월 전부터 준비했다는 연씨의 진술로 미뤄 이들의 범행이 우발적이 아니라 계획적인 범죄로 본다. 피해 여성의 가상 화폐를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납치 용의자들이 지난달 29일 밤 11시46분쯤 서울 역삼동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피해여성을 차량에 태워 납치하고 있다. /영상=독자 제공
납치 용의자들이 지난달 29일 밤 11시46분쯤 서울 역삼동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피해여성을 차량에 태워 납치하고 있다. /영상=독자 제공

경찰은 법률사무소 직원인 이씨가 피해자를 범행 대상으로 지목해 대학 동창인 주류회사 직원 황씨에게 제안했고 황씨가 배달대행을 하면서 알게 된 연씨에게 다시 제안하는 방식으로 공모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연씨는 경찰 조사에서 “황씨가 빚 3600만원을 대신 갚아준다고 해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했다.

납치와 살해에 직접 가담한 혐의를 받는 황씨와 연씨는 피해 여성과 모르는 사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범행을 처음 제안한 것으로 지목된 이씨는 피해자와 금전 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범행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피해자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진술을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가 납치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범행을 준비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청부살인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단순히 가상 화폐만을 탈취하기 위해 벌인 범행인지 등 범행 동기는 이씨가 피해 여성과 어떤 관계였는지에 따라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씨가 한때 일했던 법률사무소에서 피해 여성의 밑에서 일한 적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씨는 최근 강도·주거침입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검찰에 송치됐지만 이번 납치·살인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범행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추가 공범이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경찰은 가상화폐 투자를 하던 ‘제4의 인물’이 피해자 자택 주소 등 신상정보를 이씨에게 넘긴 정황을 포착하고 사실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의 정확한 사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시신 부검을 의뢰해 “사인에 이를만한 외상은 보이지 않고 질식사가 의심된다”는 구두 소견을 받았다. 황씨는 전날 조사과정에서 “저항이 심해 기절시키려고 목을 졸랐는데 나중에 보니 사망해 있었고 어떻게 하나 하다가 연씨가 대청댐 인근 창고에 장비가 있다고 해서 시신을 유기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이 버리고 달아난 차량에서 혈흔이 묻은 둔기와 주사기, 마취제 등이 발견된 점에 비춰 볼 때 피해자에게 진정제 성분을 투여한 뒤 살해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본다. 국과수는 독·약극물 검사를 통해 피해자의 최종 사인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국과수는 약·독물 검출 등에 대해 분석한 후 사인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경찰은 이들 일당의 신상공개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백남익 서울 수서경찰서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인 범행 동기 및 경위, 공범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수사한 뒤 신상공개위원회를 거쳐 공개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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