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뉴스1) 유경석 기자 =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총파업에 돌입한 31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한 초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대체 급식으로 나온 빵을 먹고 있다. 2023.3.3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늘 아침에 1시간 일찍 일어나 아이 도시락 쌌어요. 보름달빵 하나에 우유 준다는데 빵도 안 먹는 애라 안 쌀 수도 없고. 적당히 타협점 찾아 애들이 피해 보는 일 없었으면 좋겠네요.”
급식과 돌봄 업무를 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31일 하루 총파업에 나서면서 학부모들은 바쁜 아침을 보냈다. 급식 대신 제공되는 대체식 양이 부족할 것을 우려해 도시락을 준비하고 하교 후 아이 봐줄 사람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서울 동작구에서 초등학교 3학년 딸과 1학년 아들을 키우는 이모씨(44)는 “아이 셋 중 둘이 초등학생인데 학교 끝나고 봐줄 사람이 없어 오늘 급하게 반차를 냈다”며 “아침엔 막내까지 애 셋 외출 준비에 도시락까지 챙기느라 전쟁이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한 초등학교 2학년 학부모인 김모씨(37)도 “학교에서 구운 계란, 마늘빵, 우유, 파인애플 등 간편식을 제공해줘 체감되는 불편은 없었다”면서도 “파업하는 이유가 어느 정도 이해는 되지만 아이들 끼니가 볼모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학부모가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아이들 식사와 돌봄 문제를 두고 파업이 반복되다 보니 피로감이 높다는 의견이다.
경기도 평택의 한 학부모는 “요새 맞벌이 가정이 많고 아이들은 대체식으로는 배가 고플텐데 왜 애들을 볼모로 파업을 하는지 솔직히 화가 난다”며 “정부에서도 처우 개선을 해줘야 하고 급식 종사자만의 잘못은 아닌 것을 알지만 매년 반복되니 답답하다”고 했다.
충남 천안에 사는 학부모는 “학교는 정당한 파업이니 추가로 돌봄 대체교사를 쓰면 노동법 위반이라 방법이 없다고 하고 집에선 돌봄 공백이 생기니 또 연차를 쓸 수밖에 없다”며 “나도, 아이도, 돌봄 선생님, 담당 선생님도 모두 불쌍해 속이 상한다”고 썼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5일 서울 중구 서울역 3호선 12번 출구 앞에서 열린 학교급식 폐암 이상소겸 당사자 결의대회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조합원 및 참석자들이 메세지가 담긴 몸자보를 작성하고 있다. 2023.03.25. |
반면 급식·돌봄 비정규직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파업으로 인한 불편을 감수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하모씨(43)는 “파업이 보름 이상 이어진다면 워킹맘이든 전업주부든 불만이 생기겠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면 약간의 불편은 괜찮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에서 ‘총파업으로 대체식이 나간다’고만 안내를 했는데 파업의 간략한 이유라도 함께 공지해주면 반감보다 공감이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용인시에서 초등학교 4학년과 중학생 1학년 된 두 아이를 키우는 유지연씨(40)는 “오늘 작은 애 학교에서는 대체식으로 빵이 제공돼 따로 도시락을 싸진 않았다”며 “큰 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도 6년 동안 두세번 파업이 있었는데 하루 빨리 노동 환경이 개선돼 파업이 반복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전국여성노동조합·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는 지난해 9월부터 교육부 및 17개 시·도교육청과 집단교섭을 진행했지만 끝내 임금체계 개편 논의가 거부돼 이날 파업을 결정했다.
학비연대는 △임금체계 개편 논의를 위한 노사협의체 구성 △명절휴가비 기본급의 100% 지급 △공무원과 동일한 복리후생수당 적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임금교섭 외에도 1인당 식수 인원의 하향 개선 등 학교 급식실 폐암 산재 대책과 안정적 초등 돌봄정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