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벚꽃이 평년(4월8일)보다 2주가량이나 일찍 개화하며 봄기운이 성큼 다가왔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 벚꽃은 지난 25일 공식 개화했다. 1992년 서울 벚꽃 개화일 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두 번째로 빠른 기록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벚꽃길인 여의도 윤중로에도 28일 기준 대부분의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리며 만개를 기다리고 있다. 올해 벚꽃이 빨리 핀 이유는 3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곳곳에서 꽃놀이를 즐기려는 기대감도 커지는 가운데, 예년보다 일찍 개화한 벚꽃에 축제가 예정된 일부 지자체들도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당초 벚꽃이 필 것으로 예상한 4월 초로 축제 일정을 정했으나 올해는 이 시기에 꽃이 모두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은 부랴부랴 축제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 강원 강릉시는 지역의 대표적인 봄 축제인 경포벚꽃축제 일정을 당초 예정됐던 4월4일~9일에서 이달 31일~4월5일까지로 변경했다.
경남 창원시는 올해 진해군항제 기간을 지난해보다 일주일 가량 앞당겼다. 진해군항제는 지난 25일 개막해 내달 3일까지 열흘간 이어진다.
벚꽃과 마찬가지로 개나리의 개화도 평년보다 일찍 찾아왔다. 서울 성동구는 이날 30일 예정했던 응봉산 개나리 축제를 일주일 앞당겨 지난 23일 개최했다.
벚꽃 개화가 빨라진 건 기후변화의 영향이다. 올해 3월은 한낮에는 셔츠 하나만 걸쳐도 충분할 정도로 기온이 따뜻했다. 문제는 벚꽃이 일찍 개화하는 게 생태계를 교란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꽃이 개화하면 그만큼 꽃이 빨리 지게 되는데, 나비와 꿀벌 등 꽃을 양분으로 삼는 곤충들에겐 먹이가 빨리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나비와 꿀벌 같은 꽃가루 매개 곤충들은 꽃가루를 옮겨 꽃의 번식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꽃의 개화 시기가 빨라지면 이와 상호작용하는 다른 개체들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생태계가 붕괴할 위험이 있는 것이다.
신우용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날씨, 기온 변화가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예상치 못한 징후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는데, 벚꽃 개화 시기가 빨라진 것도 이런 징후 중의 하나”라며 “이는 연쇄적으로 모든 인류에게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를 최대한 줄이고 억제하는 정책,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 시급한데, 현재의 정책이 기후변화를 저지할 만큼 충분하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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