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직장 내 빌런들을 감별하고 씹어드립니다.”
도로 위, 회사 안, 동네 이웃…. 다양한 곳에서 마주한 ‘진상’과 ‘빌런'(악당)들을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이 부쩍 늘었다. TV 채널이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마다 진상 고발 프로그램 하나쯤은 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공감’에서 비롯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인기 비결로 꼽았다. 무엇보다 코로나19(COVID-19)가 잦아들어 대면 활동이 늘면서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도 증가한 걸로 봤다.
크리에이터들 뛰어든 진상고발
이른바 진상 고발 콘텐츠는 ‘오피스 빌런’과 ‘우리가 몰랐던 세계 – 진상월드'(이상 MBN), ‘한블리의 블랙박스 리뷰'(한블리, JTBC) 등이 대표적이다.
방송가뿐만이 아니다. 최근 다양한 플랫폼에서 진상과 빌런을 고발하는 영상을 만들어 유통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몇 년간 부쩍 늘었다.
도로 위 빌런을 고발하는 채널이 대표적이다. 일부 채널은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제보받아 난폭 운전하거나 교통법규를 위반한 운전자의 영상을 올린다. 악질 운전자를 ‘공개 처형’한다는 취지다.
시청자들은 기상천외한 ‘빌런’의 모습에서 자신의 일상 속 빌런을 겹쳐보곤 한다. 진상과 빌런들의 악행에 대해 프로그램 패널들이나 누리꾼들과 함께 욕하면서 시청자들은 ‘카타르시스’까지 얻게 된다.
직장인 박모씨(26)는 “오피스 빌런 등 직장 내에서 내가 비슷하게 한 경험에 대해 대신 속 시원히 욕해주면 분이 다 풀릴 때가 있다”며 “가끔 내가 예민한 건가 싶은 것도 모두가 그 사람이 ‘빌런’이라고 말해주면 묘하게 공감받는 느낌”이라고 했다.
‘도로 위 진상’에 대한 콘텐츠를 즐겨보는 직장인 이모씨(35)는 “운전하다 보면 기상천외한 빌런들이 많은데 그걸 짚어주는 프로그램이 많이 나와서 즐겁게 보고 있다”며 “이렇게 나서서 이런 운전은 잘못된 거라고 짚어주면서 ‘진상’ ‘빌런’ 딱지를 붙이니까 다들 조심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진상과 빌런을 고발하는 영상진상과 빌런을 고발하는 영상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시청자들은 진상과 빌런들의 악행에 대해 프로그램 패널들이나 누리꾼들과 함께 욕하면서 ‘카타르시스’까지 얻게 된다고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만나면 서로 찌르는 고슴도치”
하지만 일부는 불편한 시각을 드러냈다. 대학원생 이모씨(30)는 “일부 진상 고발 영상을 보면 같이 과속하면서 따라붙는다”며 “영웅심리에 젖어있는 건지 콘텐츠에 목매는 건지 모르겠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잘못된 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벌받아야지 사적 제재하고 비판하는 게 올바른 건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COVID-19)가 잠잠해지면서 대면 만남이 늘어나자 숨어있던 공격성이 다시 드러난 것으로 봤다. 또 이러한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이유로는 불편한 경험에 대한 공감이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일상화된 후에 사람 간 벌어졌던 거리가 다시 좁혀지면서 사회적 문제들이 많이 늘어났다”며 이에 대해 “추우면 멀리 떨어지지만, 또 추워서 다시 모이면 서로 찌르는 현상인 ‘고슴도치 딜레마’를 겪고 있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임 교수는 “오랫동안 안 만났는데 다시 만나기 시작하면서 각자 가시로 상대를 찌르며 빌런들, 진상들이 두드러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인해 숨어들었던 혐오, 차별, 학대, 폭력 등 공격성이 다시 드러나게 되면서 진상들이 증가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사람들이 대중문화 콘텐츠를 볼 때 좋아하는 요인 중의 하나가 공감”이라며 “현실에서 내가 느끼는 게 그대로 대중문화로 표현이 되고 거기에 공감받다 보면 카타르시스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하 평론가는 “개인주의적 경향이 강해지고 자기 삶이나 개성을 많이 추구하다 보니 튀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점도 지적했다.
코로나19(COVID-19)가 잠잠해진 뒤 벌어졌던 거리가 좁혀지고 있면서 여러 갈등이 일고있는 가운데 전문가는 현재 시기를 추우면 멀리 떨어지지만, 또 추워서 다시 모이면 서로 찌르는 현상인 ‘고슴도치 딜레마’ 시기라고 표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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