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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사전]누칼협…”9급 공무원 박봉인거 몰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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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MZ세대의 이해하기 어려운 언어와 행동에 당황하셨나요. 오해 없도록 이해를 돕습니다. 진짜 MZ들이 속뜻을 풀어드립니다.

직장인 A씨는 기사를 살펴보다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지난 21일 진해 군항제를 앞두고 공무원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면서 일을 하는 ‘공짜 노동’에 반발하고 나선 기사에 “누칼협?”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최근 한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직원들의 처우 개선을 호소하는 글에도, 카페 반납대에 휴지·빨대 등의 간단한 쓰레기 정리조차 하지 않는 손님들을 비판하는 직원의 기사에도 누리꾼들은 “누칼협”이라며 웃었다.

한 경비원이 모욕과 멸시, 갑질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에도 마찬가지로 “안타깝긴 한데… 누칼협?”이라는 누리꾼의 댓글이 다수 있었다.

“그러게, 누가 칼 들고 협박했나요?”

‘누칼협’은 ‘누가 칼 들고 협박함?’의 줄임말이다.

위의 사례와 같이 어떤 사람이 자기 의지로 선택한 일이나 직업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거나, 개선을 요구하는 데 대해 “누가 그 일을 하라고 칼 들고 협박한 사람이 없으니, 네가 한 선택은 네가 책임지고 감당할 문제다. 그러니 그와 관련하여 문제 제기나 개선 요구도 하지 말라”라고 조롱의 의미를 담아 말하는 신조어다.

‘누가 협박해서 하냐’는 식의 표현은 관용적으로 쓰이곤 했다. 속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도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누칼협’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진 것은 2021년 7월 한 게임 커뮤니티에서였다.

한 게임에서 당시 최상 등급의 장비를 강화하면 랜덤한 옵션 4가지가 부여됐다. 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실 재화 몇백만원 어치를 투자해야 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이 장비가 출시된 지 2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한 단계 더 높은 장비가 출시됐다. 이 장비는 기존 4가지 옵션에서 1가지 더 늘어난 5가지 옵션이 부여된다고 알려졌다.

이에 4가지 옵션을 가진 장비를 강화한 게이머들은 불만을 제기했다. 그러나 강화에 많은 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불만을 제기한 사람은 소수였고, 다수의 게이머는 2개월 만에 새로운 아이템을 출시한 게임 회사에 대한 토론보다 “그러게, 누가 장비에 그렇게 투자하라고 칼 들고 협박함?”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소수의 ‘징징거림’으로 치부했다.

이후 다른 게임 커뮤니티로도 퍼지면서 게임 운영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게임 운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해당 게임을 하지 말라는 식으로 사용됐다.

‘누칼협’은 게임 커뮤니티를 넘어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전파됐다.

일부 누리꾼들이 “주식 투자가 망했으니 정부가 나의 투자 원금을 보장하라”는 등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 전체의 제도를 바꾸라는 식의 ‘비상식적’인 이야기를 할 때 “그러게, 누가 주식 투자하라고 칼 들고 협박했냐”는 반문이 이른바 ‘사이다 발언’으로 인기를 끌었다.

또 ‘대한의사협회’의 준말 ‘의협’처럼 어떤 협회의 줄임말을 나타내는 단어처럼 보여 “이 사건에서 누칼협의 입장은…”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면서 누리꾼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인터넷 밈(Meme)으로 떠올랐다.

대화의 맥을 단칼에 잘라내는 ‘누칼협’

그러나 ‘누칼협’을 사용하는 범위가 넓어지면서 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우선 ‘비상식적’ 발언에 대응한다는 것부터 의문이 제기됐다. 물론 사회에서 통용되는 ‘상식’도 있지만 모든 일에 “그 정도는 상식이다”라고 주장한다면, 사실상 의미 있는 대화를 더 이어나가기는 힘들다.

예를 들어 서비스직 직원이나 공무원·경비원 등에 대한 처우 개선 의견에 “서비스직이 힘든 건 상식 아니냐”, “공무원이 노동법에 따라 최저 시급을 받는 건 당연하다”, “경비원에 대한 갑질 문제는 원래부터 있었으니 진작 다른 노후를 준비했어야 한다” 같은 ‘상식의 개인화’를 가져다 대면, 건설적인 목적으로 제기하는 비판에도 딴지를 걸 수 있게 된다.

‘누칼협’의 무분별한 사용은 사회적 약자를 더욱 구석으로 내몰며, 개인과 개인의 싸움을 부추기고, 사회적 연대를 무너뜨린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개인을 벼랑 끝으로 모는 흉기 ‘누칼협’…나도 당할 수 있다

한 개인의 선택이 온전히 개인의 의지라고만 하기도 쉽지 않다. 사회구조적 원인이나 당시 개인의 어쩔 수 없는 사정 등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또 온전히 개인의 의지라 하더라도, 개인은 실수할 수 있고 때론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

이처럼 한 사람의 선택이 잘못된 길로 들어섰을 때, 그 사람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도록 받쳐주는 것이 사회 보장 제도이다.

그러나 그동안 한국 사회는 제대로 된 사회 보장 제도는 마련해주지 않으면서, 한 사람의 선택을 무조건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치부하며 그 책임을 모두 개인에게 돌렸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사회가 나의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으니 사회 구성원들이 냉소주의에 빠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누칼협’은 그 자체로 독설이면서, 한국 사회가 낳은 구조적 역설이다.

‘개인 책임론’에 갇혀 구조적인 문제가 더는 논의되지 않는다면, ‘누칼협’의 칼날이 나를 향해도 나를 보호해줄 보호막은 없다.

‘누칼협’에 깃든 냉소주의에 반기를 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개인 탓으로 돌리는 세상에선 정치적·사회적 책임이 들어갈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故조세희 작가는 “20대들은 절대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요. 냉소주의에 빠지면 헤어나지 못해요. 공동의 일, 공동의 숙제를 해낼 수가 없어요. 냉소주의는 우리의 적이 제일 좋아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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