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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0원짜리 분식에 배달비 4000원”…배달 안 시키는 소비자

머니투데이 조회수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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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0원짜리 음식 시키는데 배달료가 4400원이라 배보다 배꼽이 큰 느낌이에요.”

자취생 김유진씨(27)는 일주일에 서너 번 시키던 배달을 2주에 한 번꼴로 줄였다. 3000~8000원까지 늘어 나는 배달료가 부담돼서다. 대신 김씨는 가게에서 음식을 포장하거나 직접 식당에 가 끼니를 해결한다.

코로나19(COVID-19) 규제가 풀리고 물가가 상승하면서 높은 배달료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을 중단하고 있다.

21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배달 앱 3사의 지난달 월간 이용자 수는 2922만 명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18.5%(664만명) 줄었다.

서울에서 자취하는 직장인 송가원씨(29)는 “배달료가 아까워서 되도록 음식을 포장해 가져온다”며 “특히 혼자 먹어야 할 때는 배달료가 3000원이 넘으면 주문을 안 하게 된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주안씨(28)도 “치킨, 피자, 중화요리 집은 원래 자체 배달이었는데 돈을 내야 하니 먹어야 하니 (배달료가) 비싸게 느껴지는 것 같다”며 “배달료 두 번 내면 밥 한 끼 먹을 값이니 배달 앱을 끄게 된다”고 말했다.

배달료가 기본료에 더해 거리, 날씨 등에 따라 책정되면서 1만원까지 오르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최영주씨(33)는 “음식을 주문하려다가 배달료가 1만원인 걸 보고 바로 주문할 마음을 접었다”며 “웬만하면 식당에 가서 먹거나 직접 해 먹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 상황에서 지출을 관리해야 하는데 배달료가 높으니 이를 부가 비용으로 인식해 줄이려 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운데 비싼 돈을 지불하고 배달 음식을 먹는 게 일종의 죄책감으로 느껴져 대안을 찾아 나섰을 수 있다”고 했다.

배달료는 업주들에게도 부담이다. 특히 소규모 점주들 사이에서 배달이 매출을 끌어올리기보다 오히려 손해를 가져온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햄버거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고 있는 강모씨(30)는 “가게에서 배달료를 일정 부분 부담하는 경우가 있는데 가게 입장에서는 배달 자체가 울며 겨자 먹기다. 남는 게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배달원 한명당 하나의 주문을 담당하는 단건 배달의 경우 점주와 소비자가 일정 비율로 나눠 배달료를 부담한다. 이중 소비자가 얼마나 부담할지는 각 점주가 정할 수 있다. 점주들은 여기에 배달중개료로 매출의 6.8%도 내야 한다.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지 않으려면 업주의 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부 점주들이 식당 음식 가격과 배달 음식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 은평구에서 작은 분식집을 운영하는 이모씨(30)는 “음식 단가가 낮은 경우 포장비랑 배달료를 지불하고 나면 오히려 손해가 발생한다”며 “하지만 배달 자체가 문화가 돼 버려서 배달을 안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달 배달 앱 이용자 1950명과 소상공인 10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소상공인의 75.9%, 앱 이용자의 50.1%가 ‘배달비가 비싸다’고 응답했다.

이 교수는 “현재 배달비는 과도한 수준”이라며 “배달앱이 재편되지 않으면 포장이나 외식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다시 돌아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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