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남는 것 없냐고 하지만, 맛있는 것 더 많이 해주고 싶죠.”
지난 16일 오후 찾아간 서울 중구 주교동 인근에 있는 ‘이모카세’로 유명한 식당 ‘나드리식품’ 주인 탁순희 씨의 말이다. ‘이모카세’는 노포의 여성 주인을 친근하게 부르는 신조어로 ‘이모’와 일본어 ‘오마카세’가 합쳐진 말이다. 오마카세는 ‘맡긴다’라는 뜻의 일본어로 메뉴의 종류와 요리 방식을 모두 셰프(주방장)에게 맡기는 방식의 식사를 의미한다.
지난 12일 일본 주간지 슈칸신초의 인터넷판 데일리신초는 ‘오마카세는 한국 청년들 사치의 상징’이라고 전했지만, 가격대를 낮춰 식당을 찾아보면 오마카세는 아니지만, 저렴한 이모카세도 많다. 나드리식품의 경우 1인 기준 5만원이다. 당일 주인이 준비한 음식으로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음식을 다 먹고 후식으로 많이 찾는 짜장 라면은 항시 대기며, 가장 인기가 좋은 메뉴는 매운돼지갈비찜이라고 한다. 을지로의 밤을 밝히는 가맥집(가게 맥주집)인 셈이다.
이 식당은 만화가 허영만, 배우 강동원, 정치인, 유튜버들이 많이 찾아 유명 이모카세 집으로 통한다. 식당은 소박해서 흔히 볼 수 있는 실내 포장마차를 연상시키지만 한 달 이상 예약이 꽉 차 있을 정도로 인기다.
이날(16일) 기자가 찾은 식당은 마침 휴무였다. 그러나 주인 탁 씨는 가게에 나와 음식 준비 등 식당 정비에 한창이었다. 탁 씨는 “식당에 나오면 활기가 생긴다”며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음식 장사만 27년째 하고 있다. 신사동에서도 해봤고, 잠실에서도 했다. 그런데 여기서 이렇게 오래 장사할 줄은 몰랐다. 올해로 13년째 영업 중이다”라고 말했다.
탁 씨는 “처음에는 다른 식당과 같이 단품으로 장사를 했다. 그러다 어떤 손님이 (여기 분위기가 좋아서 그랬는지) 이 식당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난 뒤부터 유명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인스타를 보고 젊은 사람들이 왔는지, ‘이모 이것 좀 해주세요’ , ‘이모 저것도 주세요’ 하길래 원하는 대로 음식을 주다가 지금과 같이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맛있는 것 있으면 더 주고 싶고, 솔직히 몸은 좀 피곤하고 그렇지만 보람도 있다”면서 “젊은 손님들이 예의도 너무 바르고 예쁘다”라고 덧붙였다.
음식 맛을 결정하는 식자재는 신당동 시장에서 가지고 온다고 한다. 모두 국내산이며, 음식 만드는 것에 들어가는 비용은 절대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일부에서는 “그렇게 해서 장사가 되느냐고 묻기도 한다”고 한다. 이에 탁 씨는 “사람 좋아하고 음식 좋아하다 보니,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손님들에게 최고의 음식을 대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들 사이에서 이모카세가 인기를 끌다 보니, 최근에는 ‘아재카세’도 생겨나고 있다. 중년 남성인 아저씨가 식당 주인이며 세트 메뉴를 내놓는다. 여기에 ‘할매카세’라는 말도 생겨났다. 할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할머니가 차려주는 대로 먹는 메뉴란다. 이모카세가 유행하면서 기존 식당에 ‘OO카세’ 이름만 붙여 영업하는 일종의 마케팅인 셈이다. 이런 식당들에 대해 20~30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최근 이모카세 성격의 식당을 찾았다고 밝힌 한 30대 중반 직장인 김모씨는 “단품으로 주문을 하면 가격이 너무 부담되는 집도 있다”면서 “이모카세가 유행하니까 좀 억지스러운 식당도 생겨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20대 회사원 박모씨는 “예전에 생긴 이모카세 식당은 가격대도 괜찮고 맛도 좋다. 무엇보다 가게 주인이 손님들에게 대하는 인심과 살가운 정도 좋다”면서 “이런 걸 잘 보고 식당을 찾아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OO카세’ 유행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30년 업력의 한 요식업 관계자는 “갑자기 많이 생겨나고 또 사라지는 식당은 그냥 유행을 타고 생겨나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 갑자기 많이 생긴 ‘조개구이집’만 봐도 알지 않느냐”면서 “이모카세는 결국 인심과 손님을 대하는 정 같은 게 중요한데, 막 생겨나는 식당들이 과연 이걸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손님들 입장에서는 식당이 노포인지 아닌지를 보고 찾아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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