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뉴스1) 김민지 기자 = 일본·동남아 등 근거리 국가를 중심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23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승객들이 탑승수속을 하기 위해 줄 서 기다리고 있다. 2023.2.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경제·문화 교류 등 협력을 다짐한 가운데 일본 문화를 소비하는 20·30대(2030)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사와 문화는 별개”라는 인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에 대한 적대감을 갖고 있는 젊은 세대도 적지 않다.
2019년 일본의 반도체 품목 수출 규제에 따라 일어난 ‘노(NO) 재팬’ 운동이 최근 눈에 띄게 수그러들었다는 분석이다. 일본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흥행이 대표적이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16일까지 누적 관객 수 404만명을 기록하며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중 최다 관객 수를 기록했다. 지난 8일 개봉한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은 누적 관객 수 123만명을 기록하며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노재팬’ 운동 이후 고전을 면치 못했던 일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도 매출을 회복하고 있다. 유니클로의 2022년 회계연도(2021년 9월~2022년 8월) 매출은 7043억으로 2021년 회계연도(2020년 9월~2021년 8월) 매출 5824억보다 20.9% 증가했다.
코로나19(COVID-19)가 엔데믹(풍토병화)으로 돌아서면서 일본을 찾는 한국인도 늘었다. 일본정부관광국의 방일 외국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일본을 많이 찾은 외국인은 한국인(101만2700명)이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45만6100명이 일본을 방문해 전체 방일 외국인 중 33%를 기록했는데 수출 규제가 이뤄진 2019년 12월 24만7959명이 일본을 찾은 것과 비교하면 83.9% 증가했다.
지난해 말 일본 오사카 여행을 다녀온 직장인 정모씨(29)는 “우리 세대는 일제강점기의 직접적 영향을 받지 않았다”며 “내가 일본의 콘텐츠를 좋아하면 나라와 상관없이 좋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강모씨(30)는 “선조들이 겪은 비극을 생각하면 일본에 대한 원한과 악감정이 있지만 그 감정으로 지금의 일본을 적대해야 하는 건 아니다”며 “일본과 교류하면 이로운 점도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2030 세대가 일본과의 역사 문제에는 부정적이지만 문화적으로는 일본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이 희석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젊은 세대는 중국의 민족주의를 더 배척하고 정치와 문화를 분리해서 일본 문화를 소비하는 데 저항감이 없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노 재팬’을 고수하겠다는 2030도 적지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발표한 ‘청년세대(MZ) 한일관계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일본에 대한 인상을 묻는 질문에 2030세대의 6%가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부정적’이라고 답한 11.4%를 합치면 2030 5명 중 1명이 여전히 일본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9년부터 쭉 불매를 이어온 2030도 있다. 직장인 박모씨(29)는 “역사와 문화는 달리 볼 수 없다. 과거가 있어서 나도 있고, 나라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제품·콘텐츠·여행 어떤 것이든 실천 가능한 부분은 할 수 있는 한 불매할 것”이라며 “수요집회에 한 번이라도 가보면 과거사와 문화는 별개라는 말을 못 할 것이다. 일본 제품을 계속 쓰고 일본 문화를 좋아하면 다시 일본의 속국이 되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대학생 최모씨(26) 역시 “일본 제품을 쓰고 일본 여행을 가면 조상들한테 죄송하다”면서 “과거사 문제에서 큰 진전이 없는데 내 취향이라고 일본 제품을 쓸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일본 영화 흥행·여행 증가라는 현상만으로 일본에 대한 이미지가 모두 우호적으로 바뀐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일본 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일본을 향한 전반적인 인식의 기조가 다 바뀌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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