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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한 경찰서는 지난 15일 동성 지인의 집 근처에서 머물고 있던 30대 남성 A씨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경찰은 A씨가 피해자의 주거지를 찾은 행위가 과거에도 있었는지 등을 수사중이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여가 지났다. 연인 사이뿐 아니라 동성 지인 사이 등 다양한 관계에서도 스토킹 행위가 폭넓게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기준이 다소 모호해 유사한 사안에서 상반된 판결이 나오기도 한다. 법조계에서는 스토킹과 관련한 보다 명확한 기준이 확립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이 더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21년 10월부터 시행됐다. 이 법에 따르면 스토킹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어떤 행위로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뜻한다.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기 △주거지나 직장, 학교 등 일상생활을 하는 장소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기 △우편이나 전화, 온라인 등을 통해 물건이나 글, 영상 등을 전달하기 △물건 등을 배달하거나 주거지 등에 두는 행위 및 훼손하는 행위가 스토킹에 해당한다.
이같은 행위가 반복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흉기를 휴대했을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선고된다.
그간의 판례를 보면 스토킹 범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가 연인 관계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2021년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충북 청주에서 자신의 40대 여동생의 주거지 등을 7회 찾아간 오빠 B씨가 재판에 넘겨진 사례가 있다.
당시 법원은 그 행위를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도 피해자인 여동생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소를 기각했다.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거나 처벌 의사를 철회할 경우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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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갚으라고 피해자를 반복적으로 찾아가는 행위 역시 스토킹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지난해 자신에게 임금 등 123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장 앞에서 2개월여간 1인 시위를 지속한 60대 남성 C씨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이 밖에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지 않더라도 공포를 유발할 수 있는 물건, 문자 등을 피해자 주변에 보내는 것 역시 스토킹범죄로 규정된다.
검찰은 지난해 9월 경기도의 한 학교에서 일하는 교사로 인해 자신의 가정이 파탄났다는 취지의 전단지 55장을 그 학교 근처에 배포한 30대 남성 D씨를 구속기소했다. D씨는 또 학생 전용 앱을 이용해 해당 학교 학생들 10여명에게 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 역시 검찰과 경찰은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하지만 스토킹처벌법이 정한 ‘정당한 이유 없이’라는 조항이 다소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전지법은 지난해 5월 층간소음을 항의하기 위해 윗집을 2회 찾아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에게 스토킹 행위가 아니라며 무죄 판결했다.
하지만 같은해 12월 같은 법원은 층간소음에 불만을 품고 우퍼 스피커를 천장에 설치해 보복 소음을 낸 40대 부부에게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각각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2개월간 약 10회에 걸쳐 ‘층간소음 복수 음악’을 검색해 송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김무훈 법무법인 태림 변호사는 “법이 제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판례도 부족한 실정이고 ‘정당한 이유’라는 조항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비슷한 사례임에도 엇갈린 판결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권민정 법무법인 테헤란 변호사는 “지금의 법률 규정만으로는 과연 어떤 행위가 스토킹 범죄에 해당하는지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법 조항에 예시 규정을 마련하는 등 불명확성을 제거해야 인권을 보호한다는 법 취지에 부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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