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에 위치한 한 영화관의 모습. /사진=김창현 기자. |
#. 16일 오후 12시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에 있는 한 영화관. 15분 뒤 영화 상영이 시작하는 한 상영관 내 좌석은 20석도 차지 않았다. 관객 이모씨는 “티켓값이 1만원일 때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봤지만 지금은 1년에 한두번 정도 정말 좋아하는 배우가 나올 때만 보러 온다”고 말했다.
3년여 코로나19(COVID-19) 기간을 지나 영화관은 관객들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관객 발걸음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다. 더 이상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고 취식도 자유롭지만 과도하게 오른 티켓 가격이 부담이다.
16일 영화업계에 따르면 영화 티켓 가격은 평일 낮 일반관 기준 1만4000원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4000원 인상됐다. 주말 낮에는 1만5000원, 일반관보다 화면 크기가 큰 특별관은 2만원이다. 평일 조조할인을 받아도 티켓 가격이 1만원이다.
한 멀티플렉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적자가 회복되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전기료, 가스비를 비롯해 공공요금이 인상되면서 티켓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근 영화관이 변신을 시도하는 것도 티켓 가격 인상과 맞물려 있다. 일부 영화관에는 스크린골프장, 만화카페 등 영화와는 상관 없는 공간들이 들어서고 있다. 또 일반 상영관 내 리클라이너를 설치한 곳도 늘었다.
이 관계자는 “티켓 가격이 오른 데 더해 최근 유튜브 등을 통해 영화 리뷰가 확산되는 속도가 빨라져 관객들의 평가 기준이 엄격해지고 있다”며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대신 고객 만족도를 높일 방법을 고민한 끝에 골프연습장 등을 설치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 같은 영화관의 고급화 전략에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인다. 가장 중요한 티켓 가격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2020~2021년 영화소비자 행태조사에 따르면 관객들은 영화 티켓 1장 가격으로 8000~1만원이 가장 적당하다고 응답했다. 현재 일반관 가격인 1만4000~1만6000원은 3.9%가, 특별관 가격인 1만8000원 이상은 0.9%가 적정하다고 응답하는 데 그쳤다.
대학생 성모씨(26)는 “지난해부터 영화관에 발길을 사실상 끊은 상태”라며 “영화관 티켓 가격이 비싸 통신사 할인이 없으면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매달 영화관을 찾았다는 박재민씨(31)는 “제값 주고 보기가 부담돼 지금은 많아야 1년에 4편 정도 본다”며 “영화관 안에 골프장을 설치하고 먹거리를 늘리는 것도 좋지만 관객들이 영화관에 온 가장 큰 이유는 영화를 보는 데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화업계에서도 영화 티켓 가격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화 ‘암살’과 ‘도둑들’을 제작한 최동훈 감독은 지난달 제21회 디렉터스컷 어워즈에서 “중국은 코로나 이후 500원 정도 가격을 내렸다”며 “가격을 내릴 테니 관객들도 많이 찾아달라고 영화관이 관객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신호”라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대중들은 영화관을 영화를 보는 장소로 이해하지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가 세를 불리는 지금 영화관은 과거처럼 영화만 붙잡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골프연습장을 설치하는 등 고급화 전략을 취하는 것은 영화관 입장에서는 살기 위한 몸부림에 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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