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이 저출산 문제와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30% 이상이 아이를 원한 적이 없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환경이 어렵다는 응답이 주를 이룬 가운데, 젊은세대를 중심으로 육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쉽게 고쳐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는 지난달 5000명이 넘는 인원을 대상으로 독자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주관식 응답에서 “일본에서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에 희망이 없다”는 비관적인 답변이 우세했다고 소개했다. 다른 응답에서도 “앞으로 쇠퇴기에 접어드는 일본에서 태어나는 아이가 불쌍하다. 책임질 수 없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이어졌다. 설문 응답자의 30%는 “아이를 과거에도 원한 적 없으며 앞으로도 가질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일본은 한국보다 아이를 가지지 않는 경향이 일찍 나타난 편이다. 인구학적으로 ‘차일드리스(Childless)’는 여성이 50대 시점에서 아이가 없을 경우를 뜻한다. 일본의 차일드 리스 비율은 70년생 여성 27%로 OECD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다음은 핀란드(20.7%), 오스트리아, 스페인 순이다. 이에 대해 니케이는 “유럽의 경우 여러 지원책으로 이후에는 차일드 리스 경향이 감소하고 있지만, 일본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는 현재 저출산 경향이 지속될 경우 2000년생 여성의 31~39%가 평생 자녀를 갖지 않을 것이라고 추산하기도 했다.
니케이는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배경을 분석한 결과, 성별에 따라 다른 경향을 보인다고 밝혔다. ‘결혼을 하고 싶지만 못했다’는 대답은 남성이 우세했으나, ‘결혼을 하고 싶지 않아서 안 했다’는 대답은 여성이 우세했다.
또한 여성은 아이를 낳는 것과 관련해 경력단절을, 남성은 경제적 부담을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일을 우선하고 싶어서’라는 대답은 전 연령대에서 여성이 남성을 웃도는 수치를 기록했다. 전 연령대 합계로도 여성의 대답은 11.6%로 남성(5.3%)의 2배를 기록했다. 반면 남성의 경우 ‘경제적인 여유가 없기 때문에’라는 답변이 전 연령대에서 여성보다 높았다. 40대의 경우 남성의 응답률은 10.6%로 여성(1.2%)보다 9배가 높았다.
눈여겨볼 점은 아이를 갖고 싶지 않은 경향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의 80%가 ‘그렇다’고 대답한 것이다. 니케이는 여기서 전통적인 성역할을 강요하는 일본의 사회 분위기 속 젊은 세대의 불안과 체념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니케이는 ‘일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된 어머니를 보고 아이를 키우면 내가 희생된다고 느꼈다’는 답변과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자라 역할 분담을 하며 생활하는 가정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소개했다.
실제로 내각부가 2020년에 실시한 ‘저출산 사회에 관한 국제 의식 조사’의 전문가 의견에는 “일본인에게 육아는 사회적으로 기대하는 역할이나 책임감이 강하게 작용해 부담을 느끼기 쉽다”고 명시돼있다. 니케이는 “아이를 가져야 한다, 여성이 아이를 키워야 한다, 남성이 벌어야 한다는 사회적 규범이 삶의 방식을 바꿔버렸을 수 있다”며 “기시다 정권이 어린이 예산을 두배로 늘리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메시지가 없으면 국민의 마음이 움직이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