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는 16일(현지시간) 도쿄 정상회담을 가진 후, 긴자의 ‘렌가테이’라는 경양식 식당에서 만찬을 할 예정이다. 렌가테이는 약 130년에 달하는 역사를 가진 식당으로, 일본식 경양식의 대표격인 ‘돈가스’와 ‘오므라이스’의 발상지다.
렌가테이는 일본 최대 번화가인 긴자에 자리잡았다. 1895년 처음 영업을 시작했으며, 올해로 128년째 업력을 이어오고 있다. 초대 점주 기다 모토지로 이후 아들인 기다 코이치로 이어졌고, 현재는 손자 기다 아키리가 3대째 식당을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메이지유신 20여년 뒤인 1885년 개업···돈가스 처음으로 개발
이 식당이 특별한 이유는 ‘돈가스’를 처음 개발한 곳이기 때문이다. 렌가테이가 문을 연 1895년은 일본 메이지 유신(1868년)으로부터 불과 20여년 뒤다. 사회·정치적 변혁이 일어난 시기인 만큼 당시 일본도 혼란스러웠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서양 신문물의 유입이었다. 특히 메이지 정부는 유럽인이 주식으로 먹는 ‘고기 요리’를 일본 서민층에도 보급하고자 했고, 이 변화를 민첩하게 감지한 이가 렌가테이의 초대 점주 기타 모토지로다.
그는 서양식 고기 요리의 일종인 ‘커틀렛(얇게 편 고기를 튀겨 레몬즙, 식초 등을 뿌려 먹는 요리)’ 요리법을 배운 뒤 이를 일본식으로 변형한 ‘돈가스’를 선보였다. 돈가스는 아직 육식에 낯설었던 일본 서민층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널리 보급됐고, 오늘날 일본식 서양 요리로 알려진 경양식의 효시가 됐다.
오므라이스, 러일전쟁 직후 1905년 등장
오므라이스의 개발도 렌가테이에서 이뤄졌다. 일본 온라인 매체 ‘긴자뉴스’가 2010년 3대 점주 기다 아키리와 인터뷰한 기사 내용에 따르면, 오므라이스는 러일 전쟁 직후인 1905년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당시 일본 내에선 남유럽 음식인 리조또·필라프 등에 영향을 받은 ‘치킨 라이스’, ‘새우 라이스’ 등의 볶음밥 요리가 주로 소비됐다. 이때 렌가테이는 얇게 만든 계란 지단으로 밥을 감싼 독특한 요리를 창안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요리는 처음 렌가테이의 단골 손님들만 주문해 먹는 특별한 메뉴였지만, 인기가 많아지자 ‘라이스 오믈렛’이라는 메뉴로 정식 발매됐고, 이후엔 ‘오므라이스’라는 이름이 정착했다.
한국인 관광객도 자주 찾는 세계구급 인기 식당
일본식 경양식의 산 증인인 렌가테이는 지금도 여러 일본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한국, 중국, 대만 등 관광객의 인기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돈가스, 하이라이스, 오므라이스 등 경양식 요리를 주 메뉴로 취급하고 있으며, ‘구글맵’에 리뷰 1374개(평균 별점 3.8)가 올라올 만큼 누리꾼 사이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는다.
일본의 고급 번화가 긴자에 있지만, 렌가테이가 취급하는 요리는 대체로 저렴하고 가성비를 강조한 서민 음식이다. 리뷰에서도 렌가테이의 장점을 ‘친숙함’과 ‘푸짐함’으로 꼽는다.
한 누리꾼은 “생긴 게 투박해서 처음엔 당황했는데 먹어 보니 풍미가 있다. 양이 많은 건 덤”이라며 “살짝 양념된 밥도 돈가스와 정말 잘 어울린다”라고 호평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오므라이스와 굴 튀김은 반드시 먹고 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 매체 요미우리신문은 14일 한일 양국 정부가 오는 16일 도쿄 정상회담을 가진 뒤 렌가테이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해외 각국 정상이 방문할 때마다 일본식을 대접하는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손님 환대)’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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