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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과 저임금에 이어 청년 세대들이 ‘물가 쇼크’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아시아투데이는 저성장과 취업난에 이어 고물가로 고통받는 미래 세대 주역들 현실을 살펴보고 대안을 찾는 ‘청년 물가 쇼크’ 기획 시리즈 3편을 보도한다.[편집자주]
“식비만 조금씩 줄여도 난방을 서너 시간 더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최대한 아끼게 돼요.”
지난 6일 저녁 서울시 동대문구 이문동에 있는 취업준비생 박지영(여·26)씨의 원룸. 8평(26.4㎡)짜리 비좁은 방안 바닥에 기자가 발을 딛자 써늘한 냉기가 느껴졌다.
박씨는 겨울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3월에도 보일러 전원을 꺼버렸다. 아직 바람이 차지만 도시가스 요금이 부담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단열 에어캡을 붙이고 두꺼운 극세사 이불과 털외투로 보일러 없는 일상을 버티고 있다고 했다.
‘물가 쇼크’ 시대를 버티는 20대 청년 취업준비생의 애환은 창문에 자칫 떨어질 듯 헐겁게 붙어있는 에어캡이 상징하는 듯 했다. 난방비는 추위와 싸우며 그나마 줄인다고 하지만 나날이 오르는 식비나 필수 생활비는 감당하기 어렵다.
‘액상 커피·집반찬’ 이용, 식비 반값으로
박씨는 고정지출액이 작년보다 많이 늘어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취업 준비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박씨가 한 달에 버는 돈은 100만 원. 전세대출 이자와 관리비, 전년대비 두 배 가까이 오른 가스비를 내고나면 70만원 가량 남는다. 식비와 통신비, 교통비, 취업준비를 위한 교육비, 문화생활비 등을 모두 이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국무조정실이 최근 발표한 ‘청년 삶 실태 조사’에 따르면 청년 가구의 월평균 생활비는 161만원, 식료품비는 48만원이었다. 한 끼 식사가 1만원에서 1만2000원 사이라고 했을 때 외식으로 평일 기준 하루 두끼만 해결할 수 있는 금액이다.
“줄이기 가장 쉬운 게 먹고 마시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우선 식비를 반으로 줄여보기로 했죠.” 박씨는 두 달 전부터 부모님 집에서 밑반찬을 가져와 요리를 시작했다. 주말에 한 번 시키는 배달 음식은 소분해 두 세끼를 해결하기도 한다. 카페에서 마시던 4500원짜리 커피는 30스틱에 8000원인 액상커피로 바꿨다. 이렇게 하니 월 10만원 이상 절약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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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모임 문화도 변했다. 주말마다 모임에 나갔던 박 씨는 올해 들어 그마저도 부담스러졌다. “한 번 모이면 인당 5만원은 기본으로 쓰는데 이번 달은 집에서 간소하게 모여 지출을 반으로 아낄 수 있었어요.”
고물가 쇼크는 박씨뿐만 아니라 20대 청년들 삶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세대별 체감경제고통지수’ 자료에 따르면 전년 상반기 기준 청년층(15~29세) 체감경제고통지수가 25.1로 가장 컸다. 두번째로 나타난 60대(16.1)보다 월등히 높았다.
모아 놓은 재산이 적은 청년들이 물가 상승에 따른 경제적 고통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다. 이 지수는 연령대별 체감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합한 수치로 경제적 어려움을 보여준다.
“알뜰요금제로 바꾸고, OTT 전부 해지”
박씨는 문화생활도 포기했다. 월 10만 원대였던 통신비는 알뜰요금제로 변경하면서 3만원으로 줄었다. 구독하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채널 3개도 전부 해지했다. 이걸로 만원 가량 아꼈다. 박 씨는 만원이면 하루에 난방을 서너 시간 더 돌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해지할 수 밖에 없더라고 털어놨다.
대신 유튜브를 통해 짧은 소개나 줄거리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보고싶은 콘텐츠를 다 보지 못해 서러울 때도 있지만, 가진 돈으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는 게 현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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