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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래퍼 라비 등 병역면탈자 137명 기소…16억 추징보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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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병무청이 3개월간의 합동수사를 통해 래퍼 라비, 나플라 등 병역면탈 사범 137명을 재판에 넘기고 범죄수익 16억원을 추징보전했다.

13일 오전 11시께 서울남부지검·병무청 합동수사팀은 서울남부지검 브리핑룸에서 열린 ‘뇌전증 위장 병역면탈 사범 등 종합수사결과’ 발표에서 총 137명을 적발해 기소하고 병역브로커들의 범죄수익 합계 16억147만원에 대해 전액 추징보전 조치했다고 밝혔다. 수사는 지난해 12월5일부터 3개월간 진행됐다.

검찰은 병역면탈 사건으로 브로커 구씨(46), 김씨(37)와 혐의를 적극 부인하는 면탈자 2명 등 4명을 병역법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병역면탈자 106명과 변호사, 한의사 등 범행에 적극 가담한 공범 20명을 불구속기소하는 등 총 130명을 기소했다. 이날 기소된 래퍼 겸 연예기획사 그루블린의 대표 라비(30·본명 김원식)를 비롯한 면탈자 49명과 전 대형로펌 변호사 등 9명의 공범을 포함한 숫자다. 구씨와 김씨도 이날 추가기소됐다.

합동수사팀은 병역면탈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지자체 사회복무요원 복무 관리 업무와 관련한 조직적 병무비리 단서를 포착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수사를 통해 이날 면탈자인 래퍼 나플라(31·본명 최석배), 서울지방병무청 복무지도관 A씨(58), 서초구청 공무원 B씨(58) 등 3명을 병역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연예기획사 공동대표 C씨(37)를 병역법 위반 등 혐의로, 하위직 공무원 3명을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구씨는 이 사건에도 연루돼 추가기소됐다.

브로커 ‘허위뇌전증’ 시나리오대로 역할 나눠…최대 1억1000만원 수수

합동수사팀의 수사 결과 108명의 병역의무자들은 브로커가 마련한 ‘허위 뇌전증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최초 ‘병역판정검사’부터 ‘병역처분변경’ 절차에 이르기까지 신체검사 전 단계에서 뇌전증을 위장해 병역면탈을 했다. 대부분 최초 현역(1~3급) 판정을 받았음에도 병역처분변경 절차를 통해 다시 전시근로역(5급, 군복무면제) 판정을 받기 위해 병역면탈을 시도했으며, 일부는 이미 사회복무요원(4급) 판정을 받았음에도 완전히 병역을 회피하기 위해 범행을 했다.

브로커들은 병역의무자의 유형에 맞춰 의료기관, 병무청을 속이는 시나리오를 제공했고 병역의무자 등과 병역판정 전후로 환자, 보호자 등 역할을 분담해 범죄를 준비 및 실행했다. 가령, 의뢰인과 계약 후 자신이나 면탈자 가족·지인을 목격자로 선정한 후 휴대폰 게임 등 장시간 전자기기 사용 중 갑자기 발작이 발생한 것처럼 의료기관에 환자 및 목격자로서 허위로 병증을 호소하고 오래전부터 유사 증상이 있었던 것처럼 진술하게 했다. 면탈자가 나이, 입영 연기일수 제한 등으로 군 문제를 빨리 해결해달라고 요청할 경우 119 허위신고 후 구급차를 타고 대형병원 응급실로 직행해 범행 기간을 단축하기도 했다.

뇌파검사 등에서 뇌전증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은 경우 4급(보충역) 이하 판정을 받기 위해서는 신체검사일 기준 최소 1년 이상의 치료내역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브로커는 장기간 범행 관리도 했다. 브로커는 면탈자와 1~2년간 상담하며 1차 병원부터 3차 대형병원까지 진료기록을 관리하고 최종 약물검사에서 약물 양성 반응이 나오도록 검사 직전에 약물을 복용하도록 점검했다.

합동수사팀은 병역법 위반만 적용한 기존 병역면탈 수사 사례들과 달리 위계공무집행방해,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행사까지 추가 적용했다. 특히 불실기재죄는 범죄수익환수법 개정 전 범죄수익 환수 대상인 ‘중대범죄’에 해당해 개정법 시행 전 범행에 대해서도 실효적 범죄수익 환수가 가능하다. 이로써 법원 청구액 전액이 인용돼 구씨가 수수한 범죄수익 총 13억8387만원, 김씨의 범죄수익 총 2억1760만원 등 총 16억147만원 전액에 대한 추징보전 조치를 완료했다. 검찰에 따르면 브로커들이 수수한 금액은 최소 300만원~최대 1억1000만원이다.

래퍼 나플라, 병무비리 사건 연루…브로커에게 2500만원 건네

합동수사팀은 병역면탈 사건 수사 과정에서 사회복무요원 복무관리 담당 공무원들이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조직적으로 특정 요원의 출근부를 조작하고 이를 근거로 복무부적합 소집해제를 시도한 범행 단서를 포착해 수사에 들어갔다. 수사 대상 사회복무요원의 병적자료(정상출근) 기록과 포렌식을 통해 확인된 실제 출근 상황(미출근)이 불일치함을 포착하고 지난 1월30일 서초구청, 서울지방병무청 등 관공서를 압수수색해 조작된 출근부, 복무부적합 소집해제, 신청자료 등을 확보했다.

래퍼 나플라는 사회복무요원 병역이행 연기가 더 불가능해 복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기획사 대표 C씨, 브로커 구씨와 함께 복무부적합 혹은 병역처분변경신청을 통해 병역면탈 범행을 계획했다. 약 2년 동안 우울증이 악화된 것처럼 병원 의사를 속여 약을 처방받고는 투약은 전혀 하지 않고 허위의 병무용 진단서를 발급받아 소집해제, 재신체검사를 여러 차례 시도했다. 검찰에 따르면 나플라와 라비가 C씨를 통해 구씨를 접촉한 시점은 거의 동일한 것으로 파악되며, 나플라는 이 과정에서 구씨에게 2500만원을 건넸다. 나플라는 병무청의 복무 부적격 심사에서 2차례 부결, 병역처분 변경도 신청했으나 부결돼 정상적으로 복무를 이행해야 한다.

서초구청 및 서울지방병무청 담당 공무원인 A씨와 B씨는 나플라가 소집해제를 빠르게 받을 수 있도록 복무 부적응 근태자료를 만들었다. 141일간 출근한 것처럼 허위로 출근부를 작성하면서 잦은 지각·조퇴·병가 등으로 복무에 부적합한 것처럼 근무상황을 조작했다. 이를 통해 일정 기간 정상적으로 복무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정신질환으로 정상 근무가 어려웠던 것처럼 보이게 해 복무부적합 판정을 유도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A씨와 B씨가 나플라의 구체적인 사정은 모른 채 속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병무행정은 공정하게 이뤄져야 하므로 법 절차를 어기거나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한다든지 병무청을 속이는 것은 범죄가 중대하다고 판단했다”고 기소 이유를 설명했다.

병무청 “병역면탈 방지 종합대책 마련해”

병무청은 이번 합동수사 결과를 토대로 신체 등급 판정 기준 구체화, 병역면탈 추적·예방, 병역면탈 범죄 단속·처벌, 상담·교육 등 4대 분야에서 개선 과제를 발굴해 ‘병역면탈 방지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정밀한 병역판정 검사를 통해 병역면탈 시도를 차단하기로 했다. 뇌전증 신체 등급 판정 기준을 구체화하고 치료 여부 확인을 강화한다. 경련발작 발병시기와 빈도, 약물치료를 통한 경련발작 조절 가능 여부 및 적극적 치료 이력 등을 고려할 수 있도록 대한뇌전증학회 등 전문가 자문을 거쳐 신체 등급 판정 기준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약물 복용 유무를 소변검사뿐만 아니라 혈액검사로도 확인한다. 병역면탈 시도나 4~6급 판정이 이상 증가한 질환에 대해 ‘중점관리 대상 질환’으로 추가 선정하고 정밀 검사가 필요한 사람은 중앙병역판정검사소에서 신체 등급을 최종 판정한다. 뇌전증은 지난 2월 신규 중점관리 대상 질환으로 지정됐다.

또 병역면탈 의심자에 대한 추적관리를 고도화하고 병역면탈 통합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올해 1단계로 면탈 의심자 데이터 추적관리를 고도화해 병역 이행 단계·질병·의사·지역별 이상 징후를 분석하고 내년까지 2단계로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해 면탈 의심자를 색출할 예정이다. 연예인·체육선수 등의 병적 별도 관리도 강화한다. 이 외에도 특별사법경찰 직무 범위 확대 추진, 사이버 병역면탈 조장 정보 단속 강화, 공정한 병역이행문화 확산을 위한 맞춤형 상담 서비스 및 홍보·교육 강화 등도 추진한다.

병무청은 “종합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병역면탈 범죄가 우리 사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끝까지 추적하고 밝혀내 병역 이행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개인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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