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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교주들이 “제 말이 맞죠?” 자꾸 되묻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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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종교 교주들의 경악스러운 실체를 폭로한 8부작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이후 사이비 종교 집단이 어떻게 사람들을 포섭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어떻게 평범했던 사람들이 사이비 종교에 속아 교주를 맹신하는지, 왜 이상하다는 걸 알면서도 빠져나오지 않는 것인지 등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외로운 나에게 내려온 ‘구원의 손길?’

에런 케이 미국 듀크대학교 연구팀의 2008년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사람들이 무기력하고 약해질수록 ‘우리의 삶을 관장하는 신의 존재’를 믿으며 극단적인 종교성을 보이게 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점을 이용하여 사이비 종교 집단은 심리적 결핍이 있는 사람들을 포교 대상으로 삼는 것을 선호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의 포교 방식이 가장 대표적이다.

2021년 조은아 연세대학교 신학과 논문에 따르면, 신천지에서는 포교 대상을 선정한 후 가족관계·성격·관심사 등 한 개인의 모든 정보를 파악한다. 그 후 각 개인의 특성에 맞게 신천지 집단 내 사람을 선정하여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한다.

‘상처받고’, ‘우울증 등으로 힘들어하던’ 때에 자신과 비슷한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사람은 마치 ‘선물’ 혹은 ‘구원’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신천지 외에도 많은 종교가 이와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

취업 준비로 힘들어하는 사람에게는 취업 상담을 제공하며, 친구처럼 연애 상담을 해주기도 한다.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역시 유사한 방법을 사용해 포교하기도 했다. 돈이 없어 힘들어하는 모델 지망생에게 ‘저렴한 가격에 모델 워킹을 배울 수 있다’며 한 사람의 결핍을 채워주며 접근하는 방식을 사용한 것이다.

2010년 레나테 이셀디크 캐나다 칼턴 대학교 교수는 논문을 통해 “심리적 결핍이 있는 사람에게 사이비 종교는 ‘존재 이유’와 ‘긍정적 사회적 지지’를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사이비 종교 특유의 폐쇄적인 환경에서 같은 정체성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하며 서로 지지해주는 긍정적 교류를 주고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들의 소속감은 견고해진다.

이러한 작용으로 종교는 한 개인에게 정체성의 일부가 아닌 개인의 존재 이유가 되며, ‘삶의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것이다.

입맛대로 조종하는 ‘가스라이팅’

가스라이팅은 외부 상황·상대방의 심리 등을 조작해 피해자 본인을 신뢰하지 못하게 만든 뒤 자신의 영향력을 키워나가 피해자를 조종하는 행위를 뜻한다.

사이비 종교는 주로 교주를 ‘메시아(구원자)’, ‘재림 예수’ 등 신적인 존재로 설정한다.

그 뒤로 ‘세상이 온통 적으로 둘러싸여 있다’, ‘종말이 임박했다’ 등 위기감을 갖게 하며 교주에게 온전한 구원이 있는 것처럼 세뇌한다. 사이비 종교를 믿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끼도록 세뇌하는 것이다.

심지어 사이비 종교 집회에 참석해야 하는데 가족 모임이 있어서 못 나온다고 말하는 신도는 ‘악’으로 규정하고, 가족들에게 거짓말을 해 종교 집회에 참석하는 행동을 ‘선’으로 규정하는 등 이분법적 사고를 강요하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가족·친구와의 교류를 단절시키고, 폐쇄적인 사이비 종교 집단 공동체 생활만 하며 살아가도록 만든다고 알려진다.

이어 피해자의 심리적 결핍을 채워주며 동시에 ‘이곳에서만 당신을 인정한다, 사회는 이미 당신을 부정하지 않았느냐’는 메시지를 던져 자의적인 탈교를 막는다.

또 사이비 종교에서 설교할 때 간부들이 종교 교리를 전파하며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는 거 맞죠?”, “제 말이 맞죠?”라며 끊임없이 확인을 구하고, 신도들은 “아멘!”하고 대답하게 한다. 자연스레 ‘아니요’라는 대답을 막으면서 본인의 진짜 생각과는 상관없이 다수의 의견에 끌려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인지부조화’를 겪는다. 인지부조화는 개인이 가진 신념과 행동 사이의 부조화가 유발하는 심리적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신념을 바꾸는 것을 말한다.

사이비 종교의 교리에 이미 “아멘”하며 긍정했기 때문에, 개인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신념을 버리고 사이비 종교의 교리를 택하는 것이다.

이 인지부조화는 사이비 종교의 위선이나 범죄를 타당 화하는 데도 사용된다.

사이비 종교의 간부나 교주 등에게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들은 ‘이런 행동엔 이유가 있을 거야’, ‘이 행위는 성폭력이 아니라 종교적 치유 행위일 거야’ 등의 방식으로 상황을 합리화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JMS의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 사실에 ‘이것이 사랑인지, 혹은 하느님이 이 사람을 통해서 자기를 사용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워했다’는 증인의 증언도 있었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어떠한 시련에도 굳건한 ‘우리’

스콧 윌터무스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 교수 연구팀의 2009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별다른 의미가 없는 무작위의 동작도 여러 사람이 함께 동작을 맞출 때는 동작을 맞추지 않을 때보다 상호 호감·신뢰·희생 정신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처럼 다양한 종교적 ‘의식’은 신도들이 함께 행동하여 사이비 종교 집단에 소속감·충성심을 생기게 할 뿐 아니라, 신도들끼리 결속력도 다지는 기능을 한다.

2010년 제시 그라함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 연구팀 논문에 따르면 사이비 종교들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옳고 그름, 정의, 신성모독’의 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구성원들의 행동을 촘촘히 안내한다.

이는 삶의 많은 부분에 있어 불확실성을 제거해주고 이유 불문 따라야 할 ‘정답’을 부여해준다. 또 이러한 ‘정답’은 사이비 종교에 권위를 부여해 구성원들을 철저히 복종시키는 장치로 기능한다.

나아가 사이비 종교는 ‘참된 신도’와 그렇지 않은 신도를 ‘색출’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참된 신도’로 판명 난 이들은 자신이 선택받은 ‘소수 정예’라는 자부심과 거짓 신도와 비교해 도덕적 우위를 차지했다는 믿음이 나타나면서 극단주의 경향을 강해지게 한다.

이런 극단주의 성향을 가진 집단이 사회 문제 등으로 대두될 경우, 자신들이 한심하게 바라보던 외집단(가짜 신도와 비신도)으로부터 ‘박해’를 받는다는 인식이 생겨서 내집단(사이비 종교 집단)을 더욱 공고히 밀집시킨다. 이 과정에서 내집단의 공격성이 높아지는 악순환도 발생한다.

그 때문에 JMS 신도들 역시 정명석의 범죄를 인정하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으로부터 고통을 받은 것처럼 정명석도 세상의 위협에 처해 모든 사람의 죄를 대신하는 것이라 여기며, 외부에 범죄 사실을 알리려는 사람을 상대로 협박·폭행까지 저질렀다.

한 번 잡히면 빠져나갈 수 없는 덫…예방법은?

이처럼 사이비 종교는 개인의 정체성 그 자체가 된다. 사회적 관계는 사이비 종교가 유일해진다. 집단에 부여받은 도덕관에 따르면 집단에 반발하는 것은 ‘틀린 것’이 된다.

사이비 종교의 모든 면이 개인을 압박하게 되는 것이다.

사이비 종교 내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그걸 인식하게 되더라도 ‘우리 집단이 나쁠 리 없다’는 합리화에 빠지게 한다. 이미 집단 자체가 개인의 정체성이 됐으며, 자신에게 남은 사회적 관계는 사이비 종교가 전부인 사람들에게 ‘선’이라고 믿었던 집단이 나쁜 것을 인정하는 것보다 그 사실을 부정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이비 종교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피해 사실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말한다. 집단에 속해있을 때는 자신이 겪는 일이 범죄가 아닐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 일이 범죄가 맞다는 것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사이비 종교를 대체할만한 좋은 직장·환경 등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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