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교사들이 월 20달러 수준의 급여를 받는 등 열악한 처우로 고통받으면서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위협이 되고 있다.
12일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은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데브테크 시스템을 인용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6만8000명의 초·중·고교 교사들이 베네수엘라를 떠났다고 전했다.
이들이 고국을 떠난 것은 국가 경제는 최악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지만 교사직 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도 카라카스에서 특수교육 교사로 근무하는 20년 경력의 로즈메리 니브 씨가 받는 급여는 한 달에 고작 20달러다. 우리나라 돈으로 월 2만6000원이다. 석사 학위까지 보유했지만 베네수엘라에서 매달 5인 가족이 먹고 사는 데 필요한 비용의 5%밖에 벌지 못한다. 동료 교사들은 개인 과외를 하거나 요리, 미용, 네일아트 등 부업에 종사하며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연간 538%에 이르는 살인적인 물가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니브 씨는 “먹을 것 하나 없는 날들을 포함해 힘든 시간을 겪어 왔다”고 토로했다.
교육 환경도 열악하다. 카라카스 남부에 있는 닥터 엔리케 델가도 팔라시오스 공립 초등학교는 5개월 전 누수로 벽과 천장이 무너진 뒤 전교생 612명이 인근 창고에서 일주일에 2번씩 수업을 듣는다. 일부 학생들은 12세가 돼도 글을 읽지 못한다.
이처럼 열악한 급여와 근무 환경에 지친 공립학교 교사들은 결국 거리로 나서고 있다. 급여 인상과 교육 시스템에 대한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것이다. 몇몇 교사들은 월급을 600달러까지 올려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주(州)정부의 재정이 취약해 급여 인상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집권 10년을 맞고 재선 도전을 앞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심각한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과거 우고 차베스 정부 시절 세계 경제 호황으로 남미 원자재가 비싸게 팔릴 때는 공립학교 교사에 대한 처우는 아쉽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정부 지출이 줄고 석유 산업이 투자·관리 부실로 흔들리자 베네수엘라의 공공 지출이 대폭 감소했다. 이제 마두로 정부가 기존에 공언했던 공무원 급여 인상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자 많은 교사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는 “베네수엘라 교사들은 월 20달러의 급여를 받으며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베네수엘라 경제는 서서히 회복되고 있지만 사회적 불평등은 여전히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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