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칼럼]이태훈 서울산업진흥원(SBA) 미래혁신단장
네이버의 ‘제페토(Zepeto)’,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와 ‘로블록스(ROBLOX)’. 이들의 공통점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메타버스’라고 말할 것이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뜻하는 ‘버스(Verse)’의 합성어로, 가상현실 플랫폼을 의미한다. 게임 세계와 같이 캐릭터를 설정하고 제품을 구매하거나 콘텐츠를 이용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도 있는 공간이다. 요즘 청년들은 왜 메타버스에 열광할까. 그냥 게임을 좋아해서일까.
필자가 생각하기에 메타버스는 또 하나의 시대이고 문화이다. 나아가 권력의 변화가 발생할 수도 있다. 권력과 신분제도는 청동기, 철기시대에 도구를 이용하게 되면서 발생했다. 농경사회의 발전으로 곡식을 저장하고 소유의 문화가 생기면서 더 많은 것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했다. 전쟁에서 승자가 귀족이라는 상류층 신분을 만들어 권력화하고, 그 권력을 다양한 방식으로 대물림하면서 고착화됐다.
이렇게 쌓아온 권력 체계가 크게 흔들리며 권력 Ver 2.0의 시대를 시작하게 된 건 산업혁명이라는 자본주위에 의해서다. 대량의 물자를 만들어 생산하고 판매하는 상인계층이 자본의 권력을 갖는 시대로 변화했다. 20세기 초·중반에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그리고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로 분열돼 신분의 역전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돈이라는 권력은 또 다른 대물림을 만들고 넘어설 수 없는 신분이 됐다. 요즘은 ‘개천에서 용난다’는 속담의 의미를 아는 청년이 많이 없을 것이다. 대부분 자본이 권력을 지배하고 있어서다.
이렇게 만들어진 권력이 흔들리고 새로운 권력을 가질 수 있는 기회는 언제 올까. 필자는 메타버스가 권력 Ver 3.0의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메타버스는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SF소설 스노우 크래쉬(Snow Crash)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메타버스 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건 엔비디아(NVIDIA)의 공동 창업자인 젝슨 황이 “메타버스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하면서다.
메타버스는 현실이 확장해 가상의 세계와 결합된 또 하나의 세계로 볼 수 있다. 디지털 지구라고 볼 수도 있고 또 하나의 매트릭스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세상이 또 하나의 새로운 권력을 생성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새롭게 만들어진 메타버스는 지금의 내 자신을 모두 리셋할 수 있다. 신분도, 자본도 새롭게 만들 수 있어, 기득권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외모까지 선택해서 만들어 낼 수 있으니, 내가 스스로 선택해서 살 수 있는 세상이다. 이것은 또 다른 현실에서 내가 선택한 다른 나로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둘째, 무한한 가능성이 넘치는 세상이다. 게임처럼 내가 노력만 한다면, 충분히 원하는 단계까지 성장할 수 있는 세상이다. 셋째,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아직 이 세상은 누군가에 의해 선점되고, 지배되고 있지 않은 세상이기 때문이다. 가난했던 부모님 세대가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갔다면 지금의 청년들은 메타버스 드림을 꿈꿀 수 있다.
매년 글로벌 IT 시장의 핫 트렌드를 짚어주는 국제가전전시회 ‘CES 2023’에서도 메타버스가 핵심 주제로 꼽혀 주목받았다. CES에서 메타버스가 핵심 주제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ES 2023에서 국내외 주요 메타버스 기업들의 비전이 공유되고, 신규 플랫폼 및 확장현실(XR) 신제품 공개 행사가 연이어 진행됐다. 이 정도면 메타버스는 더이상 가상의 현실이 아닌 현실이다. 세상이 나를 버리고 떠나기 전에 청년들이 열광하는 메타버스에 올라 타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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