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회원들이 7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여성의 날을 기념해 외모 갑질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손 피켓을 들고 있다. 2023.3.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유엔(UN·국제연합)이 지정한 ‘세계 여성의 날’이 115주년을 맞은 가운데 직장 내 여성을 향한 성차별적 발언은 여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 지 4년이 흘렀지만 성차별적 발언이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8일 민간공익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직장인 여성의 37.7%가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22.5%)보다 15.2%포인트 높았다. 또 외모 지적을 경험한 여성은 36.3%로 남성(13.2%)에 비해 20%포인트 높았다. 지난해 말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디자인 업계에서 일하는 안모씨(31)는 “남자인 직속 상사가 같이 저녁을 먹자고 제안을 하길래 부담스러워 저녁을 안 먹고 있다고 회피한 적이 있다”며 “그러자 상사가 ‘밤마다 남자 간을 빼먹는 구미호라 배가 안 고프냐’고 되물었다”고 말했다. 이 상사는 “착하고 얌전하게 생긴 여자들은 재미없어서 싫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씨는 “여성에게 성적 농담과 평가 발언을 여과 없이 하는 건 남성과 여자를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직장인 박모씨(32)의 30대 남성 직장 상사 A씨는 이들이 함께 외근을 나가거나 사무실에 둘만 남겨졌을 때마다 박씨를 성희롱했다. A씨는 “너처럼 조신한 여자가 좋다”며 “너 같은 여자가 내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 등의 발언을 했다.
박씨는 “본인도 언행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둘이 있을 때만 그런 말을 하는 것 같다”며 “직장에서 여자 직원의 업무·경력보다 외모·결혼·연애 등 다른 요소에 더 관심을 둔다”고 밝혔다.
특히 외모에 대한 지적이 많다. 제약 업계에서 일하는 여성 강모씨는 40대 남성 상사에게 “너는 키가 커서 좋은 남자 못 만나 어쩌냐”라는 말을 들었다. 공연 업계 종사하는 박모씨(29)도 40대 후반의 남성 상사에게 “여자가 머리를 자르면 어떡하냐”는 말을 들었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
남녀고용평등법은 직장 내 성희롱을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해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언행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성들은 성차별적인 발언을 듣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성희롱을 당한 여성의 65.4%가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고 답했다. “회사 또는 노동조합에 신고했다”고 답한 여성의 비율은 3.1%에 그쳤다. 제약 업계 종사자 강씨는 “상사한테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 나만 곤란해질 거 같아서 외모 지적을 들어도 웃으면서 넘겼다”고 했다.
이와 관련,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직장 내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벌만 강화하는 것보다 조직 내 여성 직원의 발언 기회 등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성차별임을 모르는 무지와 조직 내 권력이 만나 성희롱을 일으킨다”며 “외모·옷에 대한 말도 성차별이 될 수 있다는 걸 계속 교육하고 남녀가 동등한 지위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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