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양평군의 한 주택에서 1400여구가 넘는 개 사체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당초 경찰은 사체 수가 300~400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마당 뒤편에서 수백여구의 사체가 추가로 발견된 것이다.
고물상을 운영하던 60대 남성 A씨는 3년 전부터 유기견 등을 집으로 데려온 뒤 밥을 주지 않아 굶겨 죽인 혐의를 받고 있다.
개들이 갇혀있던 마당 안 철장은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A씨가 먹이를 주지 않고 방치해 굶주리던 개들은 서로의 몸을 뜯어 먹으며 죽을 때까지 버틴 것으로 추측된다. 그의 집 마당에 있는 고무통과 두 개의 커다란 물탱크 안은 백골 상태의 개 사체로 꽉 차 있었고, 이미 썩어 형체가 사라진 채로 마당 바닥에 들러붙어 있는 개 사체도 수백구였다. 동물권단체 케어가 현장에서 구조한 4마리 중 1마리는 사체가 방치된 더러운 환경에서 양육돼 생식기가 괴사해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1400마리가 넘는 개가 죽어 나갈 동안 어떻게 아무도 몰랐을까.
인근 주민들은 그의 앞마당에서 송장 썩는 냄새가 나 고역이었다고 여러 언론을 통해 털어놓은 바 있다. A씨가 일주일에 세네번, 한 번에 2~7마리의 개를 데려왔기 때문에 그가 여러 마리의 개를 키우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A씨가 과거 도축업도 함께 겸했기 때문에 그와 관련한 냄새였다고 추측했을 뿐, 개를 데려와 굶겨 죽였다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에 몇몇 주민들은 A씨에게 항의했지만, A씨는 주민들과 교류가 거의 없었고 주민들의 항의에도 청소하지 않았다. 주민들을 괴롭게 한 냄새는 썩은 개 사체와 이를 태울 때 난 악취로 보인다.
더 큰 피해를 양산할 수 있었던 이 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것은 반려견을 잃어버린 인근 주민 덕분이었다. 이 주민은 잃어버린 개를 찾으러 다니다가 A씨의 집 고물 더미에서 자신의 반려견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7일 경찰은 A씨에 대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고물상을 하면서 사람들이 키우지 못하는 개를 돈을 받고 데려왔는데 사료 가격이 비싸 굶겼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개 공급처와 학대 행위 등에 대해 추가로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이 사건을 ‘사상 최악의 집단 개 아사 사건’이라 명명하고 A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케어는 A씨에게 개를 공급한 번식장 운영자들 역시 공범이라며 동물 학대 및 동물 학대 방조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김영환 케어 대표는 이번 사건을 두 가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봤다. 김 대표는 “개를 공급한 번식장 영업주들이 A씨의 학대 행위를 몰랐다고 하면 사실 처벌이 어렵겠지만 그건 형사 문제”라며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회가 관련 법안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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