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내 언론 ‘대학신문’이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 학교 폭력(학폭)과 관련한 ‘2차 가해’ 성격의 소송전을 한 컷의 만평으로 풍자했다.
8일 서울대 등에 따르면 학보 ‘대학신문’은 지난 6일 발행한 2064호 신문 15면에 ‘더 글로리 샤’라는 제목의 만평을 실었다.
‘더 글로리’는 송혜교 주연의 학폭을 주제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이고, ‘샤’는 서울대 정문 조형물(‘국립서울대학교’를 뜻하는 ‘ㄱㅅㄷ’을 조합한 모양)에서 따온 서울대의 별칭이다.
해당 만평에는 서울대에 입학하는 아들의 어깨를 감싸고 있는 정 변호사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 뒤에는 윤석열 대통령으로 보이는 남성이 손뼉을 치고 있다. 기울어진 저울을 들고 있는 법관의 모습도 담겼다. 뒤쪽에서 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인물은 손뼉을 치며 “멋지다 순신아”라고 외친다.
이는 ‘더 글로리’의 등장하는 장면과 대사를 패러디한 것이다. 극 중 학폭 피해자인 주인공 문동은(송혜교)이 학창 시절 자신에게 학폭을 가한 가해자 박연진(임지연)의 ‘자랑스러운 동문상’ 수상 순간을 지켜보면서 “멋지다 연진아”라며 외치는 장면이 있다. 이 역설적 장면과 대사는 수많은 패러디와 밈을 만들기도 했다.
학내 대자보와 커뮤니티 등 관련 비판 쇄도
정 변호사 아들 학폭 사태에 대해서는 서울대 내에서 부정적 인식이 엿보인다. 앞서 학내 대자보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도 관련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생활과학대학 22학번’이라고 밝힌 한 서울대 학생은 지난달 28일 서울대 중앙도서관 앞 게시판에 대자보를 붙이고 “정순신의 아들은 고교 시절 피해자를 자살 시도에 이르게 할 만큼 심각한 학교폭력 가해자다. 윤석열, 정순신과 함께 부끄러운 대학 동문 목록에 함께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와 에브리타임 등 게시판에도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특히 지난 4일 에브리타임에는 자신도 학폭 피해자였다고 밝힌 서울대 사범대학 학생이 학폭 피해자들을 향해 “당신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내용의 자필 편지를 올려 이목을 끌기도 했다.
부정적 여론에 정순신 변호사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다가 아들의 학폭과 부모 주도의 2차 가해성 소송 사실이 드러나 하루 만에 낙마하기도 했다. 그는 2018년 3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서 내린 아들의 전학 결정에 불복해, 전학 조치를 미루기 위해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 3차례나 낸 것으로 알려졌고, 이 과정에서 피해 학생이 장기간 2차 가해에 노출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지난달 28일 서울경찰청에 정 변호사가 국가수사본부장 지원했을 당시 아들 학폭과 관련한 행정소송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겼다며 허위공문서 작성,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고발했다.
경찰은 아들의 학폭 징계처분을 취소하는 소송을 벌인 사실을 인사 검증 서류에 기재하지 않은 혐의로 고발된 정순신 변호사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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