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3.07. |
윤석열 대통령이 외교부가 발표한 강제징용 배상 해법과 관련해 “정부가 피해자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한일 양국의 공동 이익과 미래 발전에 부합하는 방안을 모색해 온 결과”라고 밝혔다.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국익을 위한 최선의 판단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정부는 어제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한 한일관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전날 정부의 강제징용 배상 해법 발표를 직접 설명했다.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방식 등이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비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먼저 윤 대통령은 일본 피고 기업의 참여 없이 우리 측 재원으로 배상하는 게 불가피한 상황으로서 과거에도 해왔던 방법이라는 점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을 당한 국민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합당한 배상을 받도록 대한민국 정부는 과거부터 꾸준히 노력해 왔다”며 “1974년 특별법을 제정해서 8만3519건에 대해 청구권 자금 3억 달러의 9.7%에 해당하는 92억원을, 2007년 또다시 특별법을 제정해서 7만8000여 명에 대해 약 6500억원을 각각 정부가 재정으로 배상해 드렸다”고 말했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등으로 더 이상 일본 측에 직접 배상을 요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박정희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이미 우리 정부 재정으로 배상을 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전날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취재진에게 “1965년 한일 수교로 기본 조약을 체결하고 한일청구권 협정을 맺었다. 거기 합의 의사록을 보면 강제징용 문제를 포함해 앞으로 일본이 우리에게 지불할 5억 달러의 보상금을 사용해 우리 국민의 개인청구권을 일괄 대리해 지원금을 수령하기로 한다는 약속이 적혀있고 53년 동안 지켜져 왔다”며 “대법원 판결을 부정할 이유는 없지만 국제법적으로 1965년도 한일간 약속에 비춰보면 2018년 대법원 판결은 일본으로서는 합의를 한국이 어긴 것이라는 결론”이라고도 했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3.07. |
윤 대통령은 이날 3.1절 기념사도 다시 언급하며 ‘협력하는 이웃’으로서 일본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도 말씀을 드렸지만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지금은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 경제, 과학기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됐다”고 했다.
이어 “한일 양국 국민들의 교류 현황은 우리 국민들의 방일은 코로나 전인 2018년 연간 753만 명이었고 한일관계가 악화된 2019년에도 558만명에 달했다”며 “일본 국민들의 방한은 코로나 전인 2019년 327만 명에 달했다. 일본 국민들은 코로나 여행 규제가 풀리면 가장 가고 싶은 나라 1위로 한국을 꼽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적 교류도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교역 규모는 우리나라 전체 교역 규모에서 6~7%에 이르고 우리 기업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는 일본과 일본기업의 투자 규모가 전체의 22%가 넘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일 간의 미래지향적 협력은 한일 양국은 물론이거니와 세계 전체의 자유, 평화, 번영을 지켜줄 것이 분명하다”며 “국무위원들께서는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을 위해 양국 정부 각 부처 간 협력체계 구축과 아울러 경제계와 미래세대의 내실 있는 교류 협력 방안을 세심하게 준비하고 지원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3.07. |
한일 양국 재계는 청년들을 위한 기금을 공동조성할 계획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게이단렌(經團連, 일본경제단체연합회)이 함께 기금을 조성해 청년 장학금 등 미래세대의 교류 증진을 위해 사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피해자를 지원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수립이라는 목표에 맞춰 일본 기업들이 양국관계 개선에 호응케 하는 방안이다.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여론의 반발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더이상 한일관계 정상화를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해법 발표를 결단했다. 일본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등으로 배상 문제가 완전히 끝났다고 여기는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데 언제까지 반일 감정만으로 양국관계를 파탄상태로 둘 수는 없다는 인식에서다. 글로벌 복합 위기는 물론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북핵 위협 고도화 등 엄혹하고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 속에서 이런 상태가 지속됐을 때 징용 피해자는 물론 안보 위기, 경제적 손실, 미래세대의 일자리 등에 모두 치명적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봤다.
강제징용 배상 해법을 일단락 지은 윤 대통령은 이달 중순 일본을 방문해 한일정상회담을 연뒤 4월로 예상되는 한미정상회담을 진행한다. 5월에는 일본에서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가 열린다.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G7 회의에 초청될 가능성이 높다. 한미일 협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계기가 연이어 마련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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