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3.01. |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관계 정상화를 위한 강제징용 배상 발표에 대해 대국민 설득에 나선다. 정부의 이번 발표가 일견 일본의 주장을 그대로 용인한 듯 보이지만 미래 국익을 위한 고육지책의 결단이었음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온 대로 ‘인기가 없는 정책이라도 나라의 미래와 국익을 위해서라면 욕먹더라도 하겠다’는 국정운영의 철학을 역설할 전망이다.
6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모두발언 등에서 외교부가 발표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입장 발표문’에 대해 언급할 예정이다. 국무회의 발언은 생중계될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일 양국 외교부가 발표한 내용에 대해 육성으로 국민에게 정부 입장을 설명한다. 발표 당일에는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주례회동 때 발언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데 그쳤다. 양국의 외교부 차원에서 발표한 내용에 대해 국가원수인 윤 대통령이 당일 바로 직접 언급하는 것은 격에 맞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 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오늘 ‘강제징용 판결 문제 해법’을 발표한 것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결단”이라며 “한일관계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미래세대 중심으로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양국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7일 국무회의에서는 이보다 더 직설적으로 국민에게 이번 합의 내용을 설명할 계획이다.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방식과 일본 정부의 사과 수준 등이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비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본 피고 기업의 직접 참여 없이 우리 기업의 출연만으로 피해 배상을 실시하되 양국 재계 단체가 기금을 마련해 청년 등 미래세대를 지원하는 등의 우회로를 택했지만, 일본에 역사적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한다는 국민 정서에는 부합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 등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수준의 일본 정부 사과 역시 국민의 눈높이에는 모자란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계묘년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2.01.01. |
하지만 윤 대통령은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국익의 차원에서 결단을 내렸다는 점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등으로 배상 문제가 완전히 끝났다고 여기는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반일 감정만으로 양국관계를 파탄상태로 둘 것이냐의 문제다. 엄혹하고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 속에서 이런 상태가 지속됐을 때 징용 피해자는 물론 안보 위기, 경제적 손실, 미래세대의 일자리 등에 모두 치명적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날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역시 취재진과 만나 “피고 기업의 참여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본이 죽었다 깨나도 하지 못한다는 것”, “이 시점에 일본 정부가 할 수 있는 한계치에 도달했다” 등의 표현으로 현실을 설명했다. 마치 우리나라 대통령실이 아닌 일본 총리실 고위관계자의 해명처럼 들릴 정도로 일본 정부를 대변하는 듯한 발언이었지만 그만큼 더 이상은 현실적 해법을 찾기가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기회가 될 때마다 ‘인기가 없는 정책이라도 나라를 위해 필요하면 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참모들과 비공개 자리에서는 “지지율이 아무리 떨어진다고 해도 미래를 위해 지금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반드시 할 것”이라는 발언도 종종 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대국민 설득에도 이런 의지가 반영될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이번 해법 발표와 관련해 어떤 비난이 쏟아진다고 해도 본인이 다 안고 가겠다는 생각”이라며 “역대 정부가 반일감정에 기대 외교를 악용하거나 여론의 눈치만 보다가 세월이 다 흘러가 버리고 결국 국익에도 그만큼 손해를 끼친 것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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