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 파견…주민 전폭 지원받으며 구조활동
이재민 임시 거주지 건설 등 재건 사업도 적극 참여 전망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21세기 들어 역대 6번째로 많은 인명 피해를 낳은 자연재해로 기록된 튀르키예·시리아 강진 소식에 한국도 가만있지 않았다.
한국은 역대 최대 규모의 해외긴급구호대(KDRT)를 꾸려 피해 현장에 신속하게 파견했고 8명의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
물론 엄청난 인명 피해를 생각하면 한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지만 여진의 공포를 견디며 ‘형제국’ 튀르키예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었다.
◇ 활동 개시 1시간 반 만에 생존자 구조…최악 상황 속 8명 살려
구호대는 두 차례에 걸쳐 파견됐다. 1진 구호대는 생존자 수색, 2진 구호대는 이재민 구호·현지 재건 등의 임무를 띠고 현장서 각각 10일, 7일간 활동했다.
정부는 지난달 6일 오전 튀르키예 강진 발생 사실을 접한 후 이튿날 구호대 파견을 결정했고, 8일 새벽 구호대 1진이 군 수송기를 이용해 튀르키예로 날아갔다.
파견 방침 확정부터 출발까지 채 하루가 걸리지 않을 정도로 신속하게 현장에 투입된 것이다. 1진 구호대는 역대 최대 규모인 118명으로 꾸려졌다.
이들은 현지 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9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서 생존자 수색에 나섰고 활동 시작 약 1시간 30분 만에 70대 중반 남성 1명을 구조했다.
구조대는 생존자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알려진 72시간이 지난 상황에서 고강도 수색작업을 전개했다. 활동 첫날엔 잠도 자지 않고 거의 24∼25시간 동안 생존자 수색에 매달렸다고 한다.
그 결과 구호대는 40세 남성, 2세 여아, 35세 여성, 10세 여아 등 총 4명을 더 구조해 활동 첫날에만 5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
이후에도 쉼 없이 수색 활동을 펼쳤지만 실종자들의 생존 확률은 점차 희박해졌고 구호대원들도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구조견 토백이는 오른쪽 앞발에 붕대를 감고 수색 작업을 이어가 많은 사람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악조건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구호대는 수색 작전 사흘차인 11일 추가로 3명을 구조했다.
하지만 더 많은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는 무거운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구호대 관계자는 지난달 20일 활동 관련 브리핑에서 “생명을 구했을 때는 감격적이었다”면서도 “수습한 죽음도 있고 확인만 하고 손댈 수 없는 죽음이 많았다”고 먹먹해 했다.
열흘간 현장 구조를 펼친 1진 구호대는 시신 19구도 수습했다.
◇ 차량·먹을거리 내주고 기립박수까지…’형제국에 진심’ 보여준 주민들
현지 정부와 주민들도 한국 구호대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주민들은 건물, 도로 파손이 심해 이동 수단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구호대를 위해 자신들의 차량을 거리낌 없이 내줬고 구조 현장을 함께 지키며 먹을거리와 마실 것 등을 제공했다.
이동 중인 구호대원들을 보면 오른손을 가슴에 올리고 무언의 감사 메시지를 전하는 현지인이 수없이 많았다고 한다.
또 다른 구호대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자신들을 도와준 튀르키예인을 보며 “이분들이 형제국에 진심이구나 생각했다”고 전했다.
더 많은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는 아쉬움 속에 귀국길에 오른 1진 구호대원들에게 튀르키예인들은 공항에서 기립박수를 보내며 오히려 이들을 위로했다.
한국과 교류 활성화를 위해 결성된 ‘한국-튀르키예 연대 플랫폼’ 튀르키예 회원들은 감사 영상을 제작했고 구호대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기내에서 이 영상을 보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1진과 교대해 지난달 17일부터 23일까지 파견된 21명의 2진 구호대는 1진과 달리 절반이 의료 인력이었으며, 이재민 구호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민간긴급구호단체 관계자 4명도 포함됐다.
2진은 튀르키예 측에 텐트 1천30동과 담요 3천260장, 침낭 2천200장 등 총 55t(총 10억원 상당) 상당의 구호물품을 전달했다.
정부는 1, 2진 구호대의 성과를 점검하며 향후 지진 피해 복구·재건 작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예정이다.
한국 정부의 튀르키예 지원 분야는 이재민 임시 거주지 건설, 보건 인프라 재건 등 현지 정부가 요청한 사업이 주를 이룰 전망이다.
kiki@yna.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