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한 학부모가 고등학생 아들이 학교 폭력을 당하고도 반격하지 않은 점이 “자랑스럽다”고 말해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2일(현지 시각) 스터프 등 뉴질랜드 현지 언론에 따르면 넬슨 인근 리치먼드에 거주하는 마이크 하비는 자신의 14세 아들이 학교에서 집단 폭행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며 사연을 전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하비의 아들은 학교에서 3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다른 학생 6명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일부 학생들은 폭행 장면을 촬영하고 영상을 메시지 앱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퍼뜨렸다.
하비는 영상을 확보한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하기로 결정했다. 영상에는 그의 아들이 학교 화장실 블록에서 다른 학생에게 머리와 몸을 주먹으로 맞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아들은 학생들이 쫓아오자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갔지만, 계속된 겁박에 스스로 문을 열고 나와 아이들로부터 폭행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는 폭행 장면을 구경하면서 환호하는 모습도 담겨 있었다.
그는 “때때로 진정한 충격은 변화를 일으키는데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영상을 올리는 것이 옳은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집단 폭행에 대한 학교 측의 대응에 경각심을 주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 학교의 스콧 헤인즈 교장은 “교육자이자 아버지로서 이번 폭력의 슬픔과 공포를 함께했다”며 “영상을 정말 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일은 흔히 있는 일은 아니다. 학교에서는 어떤 형태의 폭력도 용납하지 않는다”며 곧 가해 학생들에 대한 공식적인 징계 절차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비는 자기 아들이 집단 괴롭힘에 당당히 맞서 사건을 학교에 곧바로 신고했으며, 특히 폭력을 사용하지 않은 점에 대해 칭찬했다. 그는 아들이 다운증후군을 가진 누나와 함께 자라 이해심이 많고 친절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들이 맞받아치지 않은 것을 무엇보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정말 강한 아이다. (반격을) 할 수 있었지만, 자신의 원칙에 충실하기 위해 자제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비의 인터뷰가 공개되자 뉴질랜드에서는 격려와 지지가 이어졌고, 학교 폭력과 사이버 불링 등의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다.
정보보안업체 넷 세이프의 리앤 로스 CCO(최고고객책임자)는 “콘텐츠의 온라인 공유와 사이버 불링은 우리가 수십년간 사회에서 근절하려고 노력한 왕따 문제가 더욱 가중된 것”이라며 “공유자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악명이나 어떤 종류의 소셜 화폐도 주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