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슈거(무설탕)’ 식품에 설탕 대신 넣는 감미료인 ‘에리트리톨’이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에리트리톨이 포함된 식품이 피를 굳게 만들어 혈전 위험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1일(현지시간)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 등에 따르면 최근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러너 연구소 스탠리 헤이즌 박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을 통해 심장질환 위험 요소가 있는 사람들은 혈중 에리트리톨 수치가 높으면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이 2배 증가한다고 밝혔다.
헤이즌 박사는 “혈중 에리트리톨 수치가 상위 25%인 사람들은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이 하위 25%보다 2배 높았다”며 “이는 당뇨병 같은 강력한 심장병 위험 요소와 맞먹는 것으로 적지 않은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미국인 2100여 명과 2018년까지 유럽에서 수집된 833명의 혈액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모든 집단에서 높은 혈중 에리트리톨 수치가 심장마비나 뇌졸중, 3년 내 사망 위험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또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에리트리톨이 혈전증을 증가시키거나 혈액 응고를 유발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이들은 에리트리톨로 인해 혈소판이 응고하면 혈전이 쉽게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혈전이 떨어져 나와 혈관을 타고 심장으로 이동하면 심장마비를, 뇌로 흘러가면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내셔널 주이시 헬스(NJH)의 앤드루 프리먼 박사는 “에리트리톨 사용 시 혈액 응고 위험이 있는 것 같다”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조심하는 차원에서 우선 식단에서 에리트리톨을 제한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프리먼 박사는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
“일반인들에게 확대 적용해선 안 된다” 지적도
일각에서는 연구 결과를 확대 해석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열량 감미료 업계 단체 ‘칼로리 통제 협회(CCC)’의 로버트 랭킨 상임이사는 “이는 에리트리톨 같은 저열량 감미료가 안전하다는 수십 년간의 연구와 상반된다”며 “연구 참가자들이 이미 심혈관질환 위험 요소를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 결과를 일반인들에게 확대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에리트리톨은 설탕과 비교해 약 70% 정도의 감미를 가지고 있으며, 체내에 거의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배출되는 감미료다. 특히 열량과 혈당지수 모두 0에 가까워 최근 식음료업계는 설탕 대신 에리트리톨을 넣는 식으로 칼로리와 당을 조절한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헤이즌 박사는 “이미 심장질환이나 당뇨가 있는 사람들처럼 혈액 응고나 심장마비, 뇌졸중 위험이 있는 사람들은 추가 연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에리트리톨을 멀리하라고 말할 수 있는 충분한 데이터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호주 RMIT대학 올리버 존스 교수는 “연구팀이 에리트리톨과 혈액 응고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했지만, 이것이 곧 그런 연관성이 존재한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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