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되는 가운데 169석을 차지하는 민주당이 지난 의원총회에서 총의를 모은 대로 부결될 가능성이 우세하게 점쳐진다. 하지만 문제는 그 후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될수록 민주당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비명계도 이번에는 ‘부결’로 이 대표의 손을 들어주지만, 부결된 이후에는 이 대표와 당 지도부가 총선 승리를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 부결 이후 정국에 관심에 쏠린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 표결과 관련해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내정자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임명 철회에 대해 “윤 대통령이 사과하라”면서 강도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표 단속은 박홍근 원내대표가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오늘은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이 1년 전 대통령의 경쟁자였고, 지금은 원내 1당인 야당 대표를 구속하기 위해 ‘사법살인을 시도한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당당히 막아내겠다”며 “민주당은 자랑스러운 민주주의자들이 지켜온 정당답게,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의 폭정을 저지하고, 역사의 후퇴를 막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가결되면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기일이 정해진다.
반대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영장은 그대로 기각된다. 민주당은 지난 21일 의총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대해 당론을 채택하진 않았지만, 부결로 총의를 모았다. 이대로라면 이론적으로는 민주당 의석(169석)만으로 단독 부결이 가능한 상황이다. 국민의힘(115석), 정의당(6석), 시대 전환(1석)이 모두 찬성표를 던지고 당내 이탈표가 쏟아질 경우 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일단 당내 비명계도 이번에는 검찰 영장 청구의 부당함 등을 이유로 부결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비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설훈 의원이 앞서 의총서 “모두가 이견없이 부결시키자”고 자유발언 한 것도 각기 속내는 다를 수 있지만, 일단 이번 체포동의안을 부결하자는 데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부결 후다. 일단 당을 향해 쏟아질 ‘방탄 정당’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당장 국민의힘에서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부결을 염두에 두고 오전부터 날 선 비난을 쏟아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이 부결될 경우를 가정해 비대위 회의에서 “훗날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할 것이다. 2023년 2월 27일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이 87년 체제의 운명을 끝장냈다고”라며 “오늘 우리는 386운동권의 초라하고 기괴한 몰락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회의에서 “오늘 표결은 민주당이 민주라는 말을 쓸 수 있는 정당이냐 아니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자신들의 공약을 지키느냐 마느냐, 또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헌법기관으로서의 양식을 가지고 있느냐 아니냐, 민심과 싸우는 정당이냐 민심을 받드는 정당이냐를 스스로 결정하는 날”이라며 “역사와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결정이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음달부터 열리는 3월 임시국회 개시 일자를 놓고서도 양당은 한 차례 ‘방탄’ 공방을 벌였다. 다음달 6일부터 열자는 국민의힘은 민주당 뜻대로 휴일인 3·1절부터 곧바로 3월 임시회가 열리게 되자 “방탄국회”라고 맹비난했다. 헌법 제44조 1항은 국회의원이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달 28일 2월 임시국회가 폐회한 뒤 3월1일 곧바로 3월 임시국회가 시작하면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도 공백이 없이 이어지는 셈이다.
여기에 검찰의 체포동의안은 이번 한 번으로 그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장기화될 수 있다. 결국 내년 총선까지 부담을 미쳐 이 대표와 당 지도부는 결단을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명계 한 의원은 “이 대표 스스로도 총선에서 당이 이기는 방향으로 결정할 것으로 본다. 본인도 절박함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이 역사적인 책무를 위해서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이겨야하기 때문에 역사적 책무를 다하는 방향으로 할 것이라는 신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거취와 관련해 사퇴 요구도 나온다. 이낙연·정세균·김부겸·박영선 등 민주당 중진들이 계속 거론되는 것도 이의 연장선서 읽힌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 대표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더 높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현재 (친명계가 주축인)당 지도부가 스스로 당권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며 “총선을 앞두고 각 의원들의 셈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날 친명계 좌장격인 정성호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대다수 당원 지지자들이 당분간 이 대표를 중심으로 윤 정권과 검찰의 폭주를 막아야한다, 단일대오를 유지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당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이 대표의 사퇴 요구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검찰의 폭압적인 수사가 끝나고 난 다음에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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