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엔 ‘자녀가 늙은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겼지만, 현재는 20%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저출산·고령화의 그늘과 불안정한 노동시장이 함께 맞물린 결과”라며 “공적 부양의 책임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2022년 한국복지패널 조사·분석 보고서’를 내고 지난해 3~7월 총 7865가구를 대상으로 한 제17차 한국복지패널 조사를 공개했다. 2006년부터 매년 발표하는 조사로 3년 주기로 ‘부모 부양’ 등에 관한 문항을 추가적으로 넣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모 부양은 자식에게 있다’는 의견에 동의한 응답자는 21.39%(매우 동의 3.12%·동의 18.27%)였다. 국민 5명 중 1명만이 부모 부양의 책임이 자식에게 있다고 본 셈이다. ‘부모 부양의 책임은 자식에게 있다는 의견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49.14%(매우 반대 7.28%·반대 41.86%)에 달했다. 국민 절반 가까이가 이렇게 생각한 것이다. ‘동의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9.47%였다.
저소득 가구가 일반 가구보다 찬성 비율은 좀 더 낮은 반면 반대 비율은 높았다. 찬성 응답은 저소득 가구와 일반 가구에서 각각 20.6%, 21.5%였고, 반대 의견은 각각 50.7%, 48.9%인 것으로 집계됐다.
부모 부양에 대한 인식 조사가 첫 실시된 2007년엔 찬성 응답이 절반(매우 동의 12.7%·동의 39.9%)을 넘었다. 반대는 24.3%(매우 반대 1.7%·반대 22.6%)찬성 응답의 절반이 채 안 됐다. 조사 3회차인 2013년엔 반대(36.03%)가 동의(35.45%)를 역전했고 갈수록 이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현상”
부모 부양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예전엔 부모가 오래 살지도 않았고, 부양 자녀도 많았다면 갈수록 반대로 가는 추세에 따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과거엔 2~3명의 자녀가 부모를 모셨다면 저출산으로 인해 1명으로 줄어든 데다 고령화에 따라 부양 부담이 더 크게 늘어났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평균 출생아 수)은 2005년 1.259에서 지난해 0.78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까지 낮아졌다. 반면 기대수명은 2005년 평균 78.2에서 2021년 평균 83.6로 높아졌다. 여기에 교육열 심화에 따라 자녀 돌봄에 나가는 비용까지 높아지면서 부모 부양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최혜지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모를 부양하려면 경제적인 측면이 뒷받침돼야 한다”면서도 “요즘엔 노동시장의 불안정한 구조로 20·30대가 돼도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최 교수는 “부모 부양의 찬성 응답은 이번에 뚝 떨어진 게 아니라 점점 낮아진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복지 국가의 형태로 갖춰나가야 하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추세 속에서 국가가 부모 부양을 함께 진다는 의미로 생겨난 게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다. 고령 등에 따른 만성질환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이 생활 자립을 할 수 있게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공적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허 교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의료 문제를 안고 있는 노인에 한정한 돌봄인데 앞으로는 1인 독거노인 가구가 굉장히 많아질 것”이라며 “부모 부양에 관한 인식 변화와 인구구조에 따라 이런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부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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